[인터뷰②] ‘미키 17’ 봉준호 감독 “한글 자막 감수, 제가 직접 했어요”
||2025.02.21
||2025.02.21
‘미키 17’의 주요 배경은 우주인들이 개척하고자 하는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이다. 그리고 이 ‘니플하임’에는 토착민인 ‘크리퍼’가 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괴물’ ‘옥자’ 이후 다시 한번 크리처가 등장한 셈이다. ‘크리퍼’ 디자인은 ‘옥자’와 동일한 디자이너가 작업을 진행했다.
봉 감독은 소설에서 활자로만 존재하던 크리퍼를 이미지로 구현하게 된 시작점을 크루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퍼는 원작에서 되게 중요하잖아요. 원작에서는 지네같다고 묘사돼 있어요. (영화에서) 마마 크리퍼가 뿜어내는 위엄같은게 있잖아요. 심지어 주인공이랑 대화도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거기에 걸맞는 무게감과 레이어들이 왠지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거 같고, 그런식으로 캐릭터 디자인도 접근을 했어요. 디자이너 분께 처음에 크루아상을 줬어요. 출발점이 그런 거였어요. 원작자분이 런던 시사회때 와서 보셨고 즐거워하시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크리처 구현에 할리우드 톱스타 캐스팅, 여기에 SF 장르까지. ‘미키 17’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일수밖에 없다. 봉 감독은 약 1억 1천 800만불(한화 약 17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당초 스튜디오 측에서 책정한 제작비를 넘지 않는 숫자였다고. 규모가 큰 영화를 이끄는 수장이 받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없었을까.
“스토리보드 대로 찍으니까 일정과 예산 안에 끝난 거죠. (할리우드에서) 1억불 기준으로 큰 영화라고 취급 하잖아요. (‘미키 17’은) 헐리우드 기준으로 보면 중간 규모랑 블록버스터 사이인 거 같아요. 규모에 대해서 체감을 하거나, 규모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은 없고요. 스토리보드를 정확히 준비하니까 오히려 스태프들은 좋아하더라고요. 한국은 대부분의 현장에 현장 편집이 있잖아요. 외국 배우들이나 프로듀서들은 놀라요. 왜 그런 거냐고 묻길래 한국인은 성격이 그렇다고 했어요(웃음). 오래된 스튜디오니까 (제작비 관련한 서류 양식이 많더라고요. 좋은 의미로 관공서에서 일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포맷이나 시스템을 다져온 오랜 방식이 있는 거죠. 런던 북쪽에 ‘해리포터’ 단체 관광하는 투어코스가 있어요. 그 옆이 워너브러더스 소유 세트장인데 거의 거기서 다 찍었어요. 10~20% 길거리 나오거나 한 건 런던 구석구석에서 찍은 거구요. 되게 즐겁게 찍었어요”
‘옥자’, ‘설국열차’로 영어가 주언어인 작품 작업을 해봤지만 ‘미키 17’은 한국 배우가 전무한 그야말로 순수한 할리우드 영화다. 영어로 된 소설을 번역해 읽고, 봉 감독이 이를 토대로 한글 시나리오를 쓰고, 샤론최가 번역 작업을 하고, 또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자막 작업이 진행됐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어 대사와 한글 자막이 직역 형태로 일치하지 않는 장면들도 다수 있었다. 각각의 언어들만이 가진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봉 감독은 “그래서 한글 자막 작업을 제가 직접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영화를 보시면 크레딧 자막 감수에 저랑 최성재(샤론최)씨 이름이 올라갈 거에요. 또 전문적으로 번역하시는 분이 두 분이 있어요. 두분이 초벌 작업을 하셨고, 저랑 샤론최가 같이 들어가서 총 네 번의 회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다 제가 직접 감수를 한 겁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또 많은 공이 들어갔다. 그는 “처음에 소설을 한 챕터씩 번역해서 주면 그걸 읽으면서 (내용을) 흡수를 했거든요. 그걸 한글로 시나리오로 썼죠. 그걸 다시 영어로 만들었고, 배우들이 즉흥 연기를 할 때도 있고, 후시 녹음도 거쳐서 먼 길을 돌아서 저한테 온 거에요. 제가 가서 몇년만에 초고로 썼던 한글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감회가 묘하더라고요. 대사는 여기저기 많이 바뀌어있죠, 자막이라는 건 화면에서 배우가 연기하는거랑 맞춰야 하니까. 특정 단어나 영어를 쓸때 처음에 엄청 고민했던 것들이 있거든요. 단어 선택에 있어서 다시 제가 의견도 드리고, 표현도 더 재미있고, 요즘 현실에 벌어지는 일처럼, 요즘의 말투도 많이 쓰려고 했어요. 그래서 자막 감수 봉준호라고 들어가 있습니다. 그거에 대해 따로 인건비를 받지는 않았어요(웃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