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양평 용문오일장 모둔 버섯전골→6천원 14첩 백반
||2025.03.13
||2025.03.13
‘동네 한 바퀴’ 311번째 여정에서는 추억과 낭만의 기찻길을 따라 청춘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철이 바뀔 때면 김성은, 김지윤 자매는 양평의 농장을 찾아간다. 농부와 만나 얘기하고 농작물들을 따기 위해서다. 이렇게 가져온 농작물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든다는데. 대체 왜 번거롭게 농장을 찾아가는 걸까? 프랑스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항상 농부와 만나 직거래를 했었던 언니 성은 씨. 그 덕분에 더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며 농부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단다. 재해로 인해 계약이 끊기거나 모양이 좋지 못하면 애써 기른 농산물들을 버리게 되는 것. 그래서 못난이 과일과 채소를 활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로 했단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제일 맛있을 때의 과일과 채소만 사용한다는 것. 그래서 자매의 아이스크림 가게엔 매달 새로운 메뉴들이 나온다.
양평에서 제일 크다는 용문오일장은 용문역 주변 도로를 꽉 채운 노점에 국밥, 버섯, 칡, 딸기 등등 없는 게 없다. 신나게 시장 구경을 하다 깔끔한 셰프복을 입은 전근식 씨를 만난다. 서울에서 유명한 5성급 호텔 셰프로 일했었다는 근식 씨. 35년 동안 군기 강한 주방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 호텔 셰프가 됐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가 계신 고향이 눈에 밟히더란다. 동네잔치 때면 꼭 불려 나갔던 어머니의 손맛. 결국 35년 만에 근식 씨는 고향이자 그의 음식 솜씨가 태어난 양평으로 돌아왔다. 고향을 담은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다. 그렇게 나온 것이 능이, 송이, 꽃버섯 등 양평에서 나온 12가지 버섯을 넣어 만든 모둠 버섯전골이다.
빠른 게 미덕인 요즘, 오히려 더 느리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적한 산자락에 있는 집에서 대나무를 쌓아 놓고 사는 김보람 씨다. 서울에서 가구장이로 살다 목공 작업을 부탁하는 양평 농부들과 친해져 귀촌을 결심했다는 보람 씨. 난로에 쓸 장작을 패고, 가구도 만들고, 주변 농부들도 돕고... 그 바쁜 와중에 텃밭까지 일구며 채소들을 수확했다. 이렇게 수확한 채소들을 플라스틱 바구니보단 더 예쁜 곳에 담고 싶어 죽공예를 시작했단다.
가장 맛있는 빵이란 무엇일까? 김영식, 김원선 부부의 답은 '단순함'이었다. 그래서 부부는 백화점 입점을 앞둔 롤케이크 가게를 떠나 양평으로 왔다. 가장 오래된 빵인 화덕 빵을 굽기 위해서다. 거기에 전통 방식인 천연 발효를 활용해 사워도우와 단호박 치아바타를 만든다는 부부. 언뜻 보면 평범하고 단순한 이 빵엔 밀과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부부의 노고가 담겨있다. 모두가 재료를 더하려고 노력할 때 '빼기의 미(味)학'을 보여주는 화덕 빵을 먹어 본다.
한적한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오경숙 씨를 만난다. 가게 앞에 있는 가마솥들, 연탄난로 등등 할머니 집 같은 이곳. 정겨움에 한번 놀라고 주문하고자 메뉴판을 보면 다시 한번 더 놀란다. 14첩 백반이 6천 원. 국밥도 만 원이 넘어가는 요즘에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한 걸까? 채소 가게에선 나물을 덤으로 주고, 가게에 오는 이웃들은 채소를 들고 와 주고. 주고받는 이웃의 정 때문에 가능하다는데. 70년 전부터 이 가게를 운영해왔던 경숙 씨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좋은 게 있으면 이웃과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었던 어머니. 자연스레 이 식당은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25년 전 이 공간을 지키고자 돌아온 경숙 씨는 어머니처럼 나누는 것이 행복해졌단다. 그 따뜻한 마음이 담긴 든든한 14첩 백반에 몸도 마음도 배불러진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다. 삼성리 마을에 사는 박용학 씨가 그렇다. 10년 전 퇴직하고 고향에 있는 어머니 곁으로 돌아온 용학 씨.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대신 매일 아침을 차리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용학 씨는 힘들지 않다. 오히려 고생한 어머니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단다. 용학 씨의 어머니는 가난한 화전민으로 살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어느새 90이 넘어 머리가 새하얘진 어머니. 이제 용학 씨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 옆에 앉아 TV를 보며 실없는 얘기를 나누는 하루. 용학 씨와 어머니에겐 행복하고도 소중한 시간이다.
기찻길 따라 청춘의 기억을 품은 이들을 만난 경기도 양평군의 이야기는 3월 15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311화 청춘을 그리다 – 경기도 양평군] 편으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