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계시록’ 장르에 잠식된 재미, 긴장감 없는 심리 스릴러
||2025.03.21
||2025.03.21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계시록’은 연상호 감독 연출에 세계적인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일찍이 화제가 된 작품.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범죄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어떤 장르적 재미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는 민찬의 교회에 양래(신민재)가 나타나며 시작된다. 교인 하나하나가 아쉬운 민찬은 양래가 어딘가 미심쩍다고 느끼면서도 그를 교인 명부에 올리기 위해 마주한다. 그리고 우연히 양래의 발에 있는 전자발찌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이런 양래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 연희가 있다. 과거 끔찍한 범죄로 여동생을 잃은 바 있는 연희는 양래를 예의주시한다.
‘계시록’은 영화의 제목과 메시지가 일맥상통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세 사람은 마치 ‘계시’라도 받은듯, 맹목적으로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만 따라간다. 결국 개개인의 내부에 뒤틀린 시각이 상황을 꼬이게 만들며 끔찍한 사건들로 이어진다.
이미 ‘지옥’, ‘괴이’, ‘기생수: 더 그레이’, ‘선산’을 통해 유사한 장르를 반복해 왔기 때문일까. ‘계시록’은 장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까진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것도 챙기지 못했다. 오직 주제 의식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모습이 ‘계시록’의 주인공들과 다를 바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면 당연히 따라와줘야 할 스릴도 없다. 일단 ‘지루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버리니 뒷 이야기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저마다 자기 이야기만 떠들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 어느 한 시점에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다. 이야기가 절정까지 가는 속도감도 느리다. 반면 절정에서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너무 편하고 허무하다.
‘연니버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매 작품 기대를 받는 연상호 감독이지만 최근의 몇 작품을 보면 그 완성도가 아쉽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직책으로 이 영화에 어떤 기여를 한 것인지 의아해진다.
한편 영화 ‘계시록’은 오늘(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