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보다 월급이 낮다고?”… 뜻밖의 현실 맞닥뜨린 가장들 ‘어쩌나’
||2025.03.25
||2025.03.25
“하루 12시간씩 일하는데, 통장에 남는 돈이 고작 150만 원이에요. 아들이 편의점 알바로 번 돈보다도 적더라고요.”
퇴직 후 치킨집을 차린 김모 씨는 아들의 월급 명세서를 보고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며 가족을 책임졌지만, 이른 퇴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뒤로는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김 씨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다. 월세와 재료비, 공과금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갈수록 줄어든다.
김 씨처럼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든 고령자 절반 가까이가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3일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는 퇴직 후 자영업으로 옮겨간 50세 이상 사장들 상당수가 생계조차 버거운 현실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의 장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을 시작한 5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무려 48.8%가 월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유통·소비자 서비스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에 몰린 고령층은 수익성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 집중돼 있었다.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83.4%에 달해,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으며 버티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경험 없이 창업한 이들의 소득은 특히 저조했다.
과거 해당 업종에서 일한 경험 없이 자영업에 나선 고령자의 순소득은 월 144만 원 수준이었으며, 이 중 82.9%는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됐다.
생계형 창업은 수익뿐 아니라 부채 부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3곳 이상에서 대출 보유자)는 38만 명에 이르고 이들이 떠안은 빚은 무려 186조7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봉급생활자(83조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로, 1인당 채무를 계산하면 자영업자는 약 4억9000만 원, 봉급자는 약 1억3000만 원으로 격차가 뚜렷했다.
소득은 낮고, 창업비용은 많고, 실패는 반복된다.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창업에 평균 8500만 원이 들어갔지만, 연매출 5000만 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는 전체의 34.6%나 됐다. 수익은 줄고 빚만 불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폐업 후에도 같은 업종으로 다시 뛰어드는 ‘회전문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국세청이 집계한 폐업 사업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98만 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다시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조사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폐업 후 같은 업종에 재도전하는 이유로 66.5%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실제 창업 전 준비 기간은 평균 8.4개월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진행하는 3~4일짜리 교육이 전부다.
준비도 없이 장사에 뛰어든 이들이 기대와는 다른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보고서는 “임금근로 경력이 자영업 성공과 꼭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퇴직 후 창업에만 몰두하기보다 고령자의 재취업이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