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비’ 호불호 확실한 웃음 코드, 바쁘지만 실속 없는 캐릭터 플레이
||2025.03.26
||2025.03.26
하정우가 ‘허삼관’ 이후 10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한다. 팬데믹 이후 긴 침체기에 빠진 극장가에서 배우 하정우 역시 최근 몇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하정우 스타일 코미디 끝판왕'을 표방한 ‘로비’로 하정우가 흥행 참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영화 ‘로비’는 자신의 기술력에는 확신이 있지만, 영업에는 재능이 없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는다. 창욱과 달리 과거 그의 절친이기도 했던 광우(박병은)는 사업수완, 특히 로비에 탁월한 인물. 이런 두 사람이 국책 사업을 두고 각각 최실장(김의성), 조장관(강말금)에게 로비를 시도한다.
성공적인 로비를 위해 창욱과 광우는 각각 ‘로비팀’을 꾸린다. 로비에 대한 지신이 전무하다시피 한 창욱은 최실장 만남을 주선해줄 박기자(이동휘)와 접촉하고, 광우는 조장관의 후배인 다미(차주영)와, 조장관의 최애 배우인 태수(최시언)를 동원한다.
얼핏 기울어진 운동장 같지만 창욱에게도 회심의 한방이 있다. 바로 최실장이 스케줄을 꿰다 시피하고 있는 프로 골프 진프로(강해림)가 그 주인공. 입스가 온데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진프로는 자신의 신념을 꺾고 창욱의 ‘로비’ 현장에서 처음으로 접대 골프에 나서게 된다.
‘로비’는 오프닝부터 빠른 호흡으로 대사를 주고 받는다. 예능에서 주로 보여주던 하정우식 개그가 곳곳에 녹아 있다. 문제는 얼마나 보편적인 웃음 코드냐는 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중 가장 대사가 많다고 느낄 정도지만, 타율이 높지는 않다. 웃음 코드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수 밖에 없다. 한번 곱씹어야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은 반면,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니 관객이 100% 감독의 의도를 즐기기 쉽지 않다.
캐릭터 플레이는 명확한반면 이렇다 할 사건이 부재한다는 것도 아쉽다. 하정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곽선영 등 초호화 캐스팅 라인업을 꾸린만큼 연기에는 구멍이 없다. 역대급 비호감 캐릭터를 경신한 김의성부터 모처럼 가벼운 캐릭터로 스크린에 등판한 박해수까지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바쁘기만 하고 실속은 없다. 마찰은 있지만 서사로 소화되지는 못하는 인상을 준다.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건 창욱과 광우지만, 결말에 다다라 창욱과 진프로의 성장으로 나아간다는 점도 물음표를 만든다. 결국 끈질기게 ‘이야기’를 물고 늘어졌다기 보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개그 코드와 캐릭터들에 함몰된 느낌이다. 개그 코드가 ‘로비’와 맞는 관객이라고 해도 영화 자체를 ‘재밌게’ 볼 수 있느냐는데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영화 ‘로비’는 4월 2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