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GDP 3.5% 수준, 감당할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는 프랑스 정치인의 주장에 대해 “절대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지금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오직 미국 덕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싶은 게 내 조언이다. 그들은 위대한 우리나라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경악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러시아와의 휴전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하지 않는 젤렌스키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면전에서 “미국에 고마운 줄 알라” “우리가 아니었으면 전쟁은 2주 안에 끝났을 것”이라는 등 고압적 발언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함께 미국의 의지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노골적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합동 연설에서 우리를 콕 집어 “대한민국은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며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적이든 친구든 다 이렇게 하고 있다”며 매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상호관계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미국을 이용하여 엄청난 수익을 얻고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약 81조 원이고, 미국의 무역적자국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6·25전쟁 때부터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미국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우리에게서 반대급부를 얻어가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하여 우리가 더 많은 국방예산을 투입함으로써 미군의 예산 투입을 줄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월 중 한국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방한 일정이 연기되었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어차피 미국의 청구서는 우리에게 제시될 수밖에 없다. 헤그세스 장관은 현재 약 8,500억 달러(약 1,200조 원)인 국방예산을 향후 5년간 매년 8%씩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매년 약 100조 원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예산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비용을 기존의 동맹국과 우방국에게서 받아 충당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최근 유럽 국가들은 향후 4년간 1,200조 원을 들여서 국방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유럽에서 철수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우리는 괜찮은가.
한미 연합연습과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 전개에 지출되는 비용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전가할 수도 있는데, 만약 그걸 수용하지 않으면 한미연습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돈 낭비’라고까지 말한 적이 있으며, 이후 한미연합훈련 가운데 야외기동훈련(FTX)은 유예되거나 축소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국방예산 증액도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약 61조 원인데, 2024년 GDP(약 2,500조 원)의 약 2.4% 수준이다. 미국이 국방예산으로 GDP의 약 3.5%를 지출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유사한 수준으로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중 일부를 철수시킬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GDP의 약 3.5%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편성한다면, 대략 87조 원이 된다. 역대급 예산인데, 우리 국방비는 1994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었고, 2005년 20조 원, 2011년 31조 원, 2017년 40조 원, 2020년 50조 원, 2025년 약 61조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어쩌면 지금보다 국방예산을 25조 원 이상 증액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의 군사력을 어떻게 더 합리적이고 내실 있게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방산 수출을 위하여 유리한 토대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어느 국가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국방예산을 사용하는지 여부가 국가와 군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