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확산 ‘영남 산불’, 1주일새 산지·해안 초토화…최악피해
||2025.03.28
||2025.03.28
경북·경남 등 2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한 영남권 산불은 발생 후 1주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사방으로 무차별 확산하며 역대급 피해를 낳고 있다.
경북과 같은 시기에 발화했던 울산 산불 역시 이 지역 역대 최대 피해 면적을 기록하며 발생 엿새 만에 가까스로 꺼졌다.
특히 경북 북부권 산불은 진화에 악조건인 '강풍·고온·건조' 삼박자가 맞물려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 등을 따라 급속도로 이동 중이지만, 당국이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자칫 사태가 장기화할 기미도 보인다.
경북·경남 일부 지역이 중심인 영남권 산불은 산림 당국 초기 진화 실패로 현재 발화지에서 수십㎞ 떨어진 곳까지 확산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의성 '괴물산불'은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확산해 북동부권 5개 시·군을 휩쓸고 있다.
한때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한 산불로 안동, 청송, 영양 등 내륙뿐만 아니라 최초 발화지에서 80㎞ 떨어진 동해안 지역까지 피해 범위에 들었다.
앞서 지난 21일 발생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은 남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하동군 옥종면·진주시 수곡면까지 번진 상태다. 산불이 계속되면서 소나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이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불기둥과 함께 강풍을 타고 사방으로 튀는 '도깨비불'도 수시로 목격됐다.
이번 산불은 비화(飛火)한 불티가 1㎞까지 떨어진 민가와 산림에 동시에 떨어져 화세를 키우고, 키워진 불에서 나온 불티가 다시 민가·산림에 날아가 또 다른 불을 키우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남권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주왕산국립공원 일부를 태웠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3㎞ 앞까지 근접한 상황이다.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 중인 산림 당국은 매일 진화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동원해 주불 진화, 국가주요시설·민가 등 주변 방화선 구축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강풍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려 형성된 불리한 진화 여건 속에 현장 진화대원과 헬기 조종사 등의 피로 누적 문제도 발생해 대부분 지역에서 불을 끄는 작업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경사가 가파르고 절벽과 계곡이 많은 험준한 지형도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 26일 의성군 신평면 한 야산에서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헬기 1대가 추락해 진화 작업에 핵심 장비인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현장 곳곳에서는 당국이 진화 작업을 한 거리 이상으로 새로운 화선이 형성되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또 화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경북 북동부권을 중심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낮 12시 기준으로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6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 진화율은 55%, 영양 진화율은 60%에 각각 그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지난 27일 오후 5시 기준 경북 북동부권 산불영향구역은 3만5천697㏊로 집계됐다.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통상적으로 진화가 완료된 뒤 확인하는 실제 피해 면적보다 넓게 잡힌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산불 확산세를 고려할 때 이번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경북 북부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것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2만3천794㏊가 피해를 봤다. 게다가 경북 북부 산불의 경우 남풍·남서쪽으로 부는 강풍 영향을 받는다면 동해안을 따라 원전단지·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 등으로도 북상해 추가 피해를 낼 가능성도 있다.
진화율 81%를 기록 중인 경남은 주불 진화가 아직 안 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며, 산불영향구역은 1740㏊로 집계됐다. 지난 27일 오후 8시 40분 진화 완료가 선언된 울산 산불은 지금까지 산림 등 931㏊를 집어삼켜 이 지역 역대 최대 산불피해 면적 기록을 경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