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위기인데 “중년층은 더 위험하다”… 은퇴 앞둔 4050 ‘공포’
||2025.03.29
||2025.03.29
“마트에서 계란 한 판을 사는 것도 눈치를 봅니다. 한 달에 70만 원으로 살아야 하니까요.”
올해 71세인 박모 씨는 평생 공장에서 일하며 국민연금을 꾸준히 부었지만, 지금 매달 손에 쥐는 연금은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기초연금까지 합쳐도 한 달 수입은 7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가 아픈 무릎을 끌고 새벽마다 폐지를 줍는 이유다. 박 씨는 “퇴직만 하면 어떻게든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박 씨처럼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인 대부분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40~50대 중년층도 지금과 같은 연금 제도 아래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퇴직 후 연금 수령까지 수년간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 현상 때문에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현황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은퇴 연령 인구(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으며, 2021년 이후 2년 연속 오름세다.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14.9%인 것과 비교하면 노인층의 빈곤이 심각하게 높은 셈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노인 가구는 연금 수급률은 높지만 실질 소득은 낮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이 노인 인구의 약 70%에 지급되고는 있지만 금액 자체가 적어 생계를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후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인 ‘공적 연금 순 대체율’은 36.4%에 그쳤다.
네덜란드(89.2%)나 독일(52.9%)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노인 가구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단독가구 기준 33.8%로, 유럽 주요국 대부분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미 은퇴한 이들의 상황도 심각하지만, 곧 은퇴를 맞이할 40~50대의 현실은 더 암울하다.
노후 준비는 부족하지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은퇴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은퇴 이후 소득 공백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1.3%는 소득 공백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고, 은퇴 이후 주된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점 늦춰지고 있다.
1969년생 이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어, 50대 초반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최소 10년 이상 무소득 상태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병국·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기 수령을 선택하면 연금액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적 연금도 준비가 부족한 현실에서,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빠질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연금 제도가 고령층의 빈곤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여유진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실질적인 생계유지 수준에 못 미친다”며 “보험료와 수급액을 동시에 조정하고, 기초연금의 최저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한 고령층뿐 아니라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장기적 연금 개혁과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노인 빈곤 문제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고령층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구조적 대책 없이는 조만간 중년층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