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외국인의 선택”… 일반 관광객과 다른 ‘그들’이 가져온 115조 시장
||2025.04.05
||2025.04.05
“여행 와서 병원부터 간다고?”
한때는 생소했던 장면이 이제 한국에선 흔한 풍경이 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관광지보다 병원을 먼저 찾는 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진료를 넘어 한국의 의료와 관광이 만난 ‘신한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17만 467명으로, 전년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시작된 2009년 이래 누적 환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때 코로나19 여파로 12만 명까지 급감했던 수치는 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넘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히 지난해 방문자 중 56.6%가 피부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외과(11.4%)와 내과(10%)가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 화장품과 뷰티 산업에 대한 높은 신뢰가 의료 서비스 수요로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세계 경쟁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며, 이 같은 결과가 외국인의 피부과·성형외과 선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형태로 보면 의원급 병원을 방문한 비율이 66.5%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138.4% 증가한 수치다.
이는 대형병원의 전공의 부족 문제와 같은 의료 인력 이슈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종합병원에서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병원 방문을 넘어, 의료와 관광을 연계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지역의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입국 편의는 물론, 병원 예약과 관광 일정을 결합한 상품까지 제공하며 외국인 환자들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중구청은 지역 병원이 밀집한 점을 활용해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병원 예약부터 숙박, 관광까지 연계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인천시는 인천공항과 항만이라는 교통 인프라를 적극 활용 중이다. 카자흐스탄, 몽골 등 주요 수요 국가를 타깃으로 웰니스 투어를 결합한 의료관광 패키지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무비자 제도와 자연 관광자원을 앞세운다.
특히 제주와 몽골 간 전세기를 통해 건강검진과 관광을 결합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지역 유학생을 의료 코디네이터로 양성해 언어 장벽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산은 의료비자 확대와 원격진료 시스템 강화, 전북은 지역 특성을 살린 ‘한국형 웰니스 관광지’ 개발을 추진하며 외국인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호라이즌리서치는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이 2032년까지 11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외국인 환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평균 세 배 이상 많은 소비를 하는 만큼, 이들을 잡는 것이 지역 경제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성장 뒤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지난 1월, 제주 지역에서 불법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병원이 적발되며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제주지검은 무등록 여행업자와 공모해 외국인 환자를 소개받은 혐의로 모 의원의 대표원장과 경영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진료비 일부를 건네며, 등록되지 않은 유치업자를 통해 17명의 환자를 소개받았다.
조사 결과, 이 병원이 최근 2년간 무등록 유치업자를 통해 수납한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6억 6000만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정식 유치업자를 통한 수납액의 6배 수준이었다.
검찰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인 무등록 유치업자들의 불법 행위가 늘고 있다”며 “이는 과잉진료와 탈세, 환자 보호의 공백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외국인 환자의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의료관광은 이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중이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와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전 세계가 한국을 찾고 있는 지금, 기회와 책임은 함께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