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이 갑자기 14억으로” … 수상하다 싶더니 결국에는 ‘발칵’
||2025.04.06
||2025.04.06
“요즘 집값 분위기에 이게 말이 되나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59㎡ 아파트가 최근 14억 6000만 원에 직거래되자, 시장에선 고개를 갸웃했다.
불과 며칠 전 같은 단지가 20억 원 넘게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나 낮은 금액이었다. 당국과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이 거래를 ‘가족 간 증여성 매매‘로 보고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처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거래가 이어지자, 지난달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에 대한 이상 거래 조사를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자, 편법 증여와 차입금 과다 등 위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대표적인 사례는 30대 남성 A씨다. 그는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를 47억원에 매수했지만, 자금조달계획서엔 자기자금 17억원에 부친에게 빌린 돈 30억원으로 자금을 마련했다고 썼다.
차입금 규모가 과도해 사실상 증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부친 소유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가 15억원에 매수하면서, 부친을 임차인으로 설정한 11억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한 건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 역시 ‘특수관계인 보증금 과다’에 해당할 경우 국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처럼 가족 간 거래는 형식상 매매지만, 실질적으론 증여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전세를 끼고 자녀에게 양도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주택 증여 건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증여는 전국적으로 4만1098건에 그쳤다.
2021년 대비 약 47.6% 감소한 수치다.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증여세 부담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자식에게 증여하면 약 6억원의 증여세와 8000만원의 취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이를 가족 간 직거래로 처리할 경우 시세보다 3억 원 낮은 가격에 전세를 끼고 매매하면, 실부담은 5억 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이런 방식은 세금은 줄이고, 거래 금액은 나중에 상속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부모가 1가구 1주택자이거나 장기 보유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전역의 아파트 거래 중 이상거래 204건을 추려내 소명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가운데 20여 건은 위법 의심 사례로 판단돼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 등과 함께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진행 중이며, 강남 3구와 마포·강동·성동·동작구의 35개 단지를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커뮤니티 앱을 통한 담합 정황도 포착돼, 일부 지자체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투기 수요를 걸러내기 위해 실거래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거래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3~4월 거래 신고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만약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조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정밀 조사 결과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