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몰락을 교훈으로 삼자" 큰소리친 일본, 대망신 당했다
||2025.04.08
||2025.04.08
한국 축구의 쇠퇴를 교훈으로 삼자고 말한 일본이 대망신을 당했다.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축구협회(JFA) 기술위원장이 한국 축구의 부진을 지적하며 일본이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불과 며칠 뒤 일본 U-17 대표팀이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베트남과 충격적인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자국 팬들을 실망시켰다. 반면 한국은 같은 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을 6-0으로 대파하며 조별리그 통과와 U-17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되살렸다. 일본의 자신만만한 발언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가게야마 위원장은 최근 기술위원회에서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언급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덴소컵에서 일본과 한국의 대학대표팀이 맞붙었는데 일본이 1-0으로 이겼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 대학대표팀은 슈팅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덴소컵은 1972년부터 매년 열리는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이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덴소컵’ 1, 2학년 챔피언십과 대학선발 교류전에서 한국은 모두 0-1로 패배했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한국 U-17 대표팀이 지난 5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졌다”며 “내가 겸손해 보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도 방심하면 충분히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쇠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들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일본은 기술 축구를 잘하지만, 높은 피지컬과 강한 강도의 축구를 동시에 구현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한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전 한국 축구는 우리가 꺼리던 강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과거 강인함이 퇴색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이번 U-17 아시안컵 B조 첫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4-1로 완파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반면 한국은 C조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됐다. 한국 U-17 대표팀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전반 17분 만에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전반 3분 정희정(경남보물섬남해스포츠클럽)이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혼전 중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었고, 6분 뒤 정희정이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얻은 페널티킥을 김예건(전북 현대)이 침착하게 성공시켜 2-0을 만들었다. 이어 전반 17분 김은성(서울대동세무고)이 역습 상황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3-0을 완성했다.
후반에도 한국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후반 6분 임예찬(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크로스를 오하람(전남 드래곤즈)이 왼발 다이렉트 슛으로 연결해 4-0을 뽑아냈고, 후반 21분 박병찬(대전 하나시티즌), 후반 25분 김은성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6-0을 마무리했다. 김은성은 이날 멀티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예선에서 약체 팀들을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뒀지만, 본선 첫 경기에서 예멘에 0-2로 패한 데 이어 한국에 대패하며 힘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은 이 승리로 조별리그 통과와 11월 카타르 U-17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살렸다. 이제 11일 예멘과의 3차전에서 승리하면 8강 및 월드컵 티켓을 확보한다.
반면 일본은 같은 날 치러진 B조 2차전에서 베트남과 1-1로 비겼다. 일본은 경기 내내 우세를 점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1승 1무를 기록한 일본은 아직 8강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B조에는 호주, 베트남, UAE가 속해 있다. 일본은 남은 경기에서 승리를 챙겨야 안정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을 비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일본이 오히려 뜻밖의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가게야마 위원장이 한국 축구의 몰락을 경고하며 자국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 했던 의도는 좋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일본이 베트남과 비기며 흔들리는 사이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 언론과 축구계가 한국을 얕잡아보며 내세웠던 ‘반면교사’ 논리가 오히려 일본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린 이번 대회는 한일 축구 라이벌 구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