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이 큰 위로돼”… 성희롱 누명 벗고 선수 자격 회복한 ‘피겨 선수’ 첫 심경 전했다
||2025.04.10
||2025.04.10
한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피겨스케이팅 선수 유영(20)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씌워진 성희롱 의혹을 벗고 다시 선수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영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전지훈련 도중 동료 선수인 이해인의 신체 일부가 담긴 사진을 찍어 이성 후배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법원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그의 선수 자격이 회복됐다.
법원은 유영의 행위가 이해인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영은 오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연맹 규정상 성폭력 관련 징계로 1년 이상 자격 정지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해당 규정의 적용도 무력화됐다.
OSEN과 보도에 따르면 유영은 "법원의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인용 소식을 듣는 순간 무척 감사했고 다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힘든 시간도 있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이후 어렵게 국가대표로 복귀했지만 징계로 인해 모든 대회 출전이 막혔다. 스폰서 지원도 끊겼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견뎌냈다. 유영은 “팬들이 보내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영은 언론에 ‘익명의 선수’로만 언급됐다. 실명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로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이 노출되는 게 겁났다”면서도 “하지만 더 이상 숨지 않고 제 이야기를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법원이 성희롱 사실이 없다고 확인해준 만큼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이해인의 탄원서였다. 이해인은 유영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유영 선수가 사실과 다른 오해로 인해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를 잃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탄원했다. 그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가람 변호사를 유영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영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유영은 “이해인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그의 따뜻한 마음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유영은 오는 9월 열리는 국제빙상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대회를 준비 중이다. 현재 쇼트 프로그램을 집중 연습하고 있으며 프리 프로그램은 새롭게 구성할지 고민 중이다.
그는 끝으로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많이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다시 무대 위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