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중국처럼 바뀐다”… 5만 명 반대했지만 결국 일상 속으로 스며든 ‘이것’
||2025.04.12
||2025.04.12
“중국처럼 국가가 돈을 들여다보는 거 아니냐”, “우리가 언제 이런 것까지 허락했냐”
5만여 명이 디지털화폐 실험을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했지만,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 테스트를 강행했다.
‘프로젝트 한강’으로 명명된 이번 실험은 디지털 화폐가 우리 삶의 결제 시스템 한가운데에 스며들 수 있을지를 본격적으로 시험하는 단계다.
이번 실험은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은행 예금을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바꿔, 실제 생활 속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이디야커피 같은 가맹점뿐 아니라 현대홈쇼핑, 서울청년문화패스 등 온라인 플랫폼도 실험에 동참한다.
결제 방식은 기존 카드나 삼성페이처럼 은행 앱을 활용한 QR결제로 진행된다.
사용자들은 본인 명의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하거나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보유 한도는 100만 원, 결제 한도는 최대 500만 원이다.
이번 실험은 7개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이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추진한다.
은행들은 이미 내부 직원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마쳤고, 한 은행 관계자는 “결제는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사소한 연결 문제들은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개인정보 침해 문제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CBDC 도입을 개인정보 감시 수단으로 간주해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실험 중인 디지털 화폐는 ‘기관용 CBDC’로,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간 결제용이다.
시민이 사용하는 예금 토큰은 은행이 발행한 것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거래 내역을 추적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예금 토큰 시스템은 거래 일시나 금액, 익명화된 지갑 주소만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전문가들도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처럼 이미 거래 데이터는 여러 곳에 제공되고 있다”며 CBDC에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최근 국회에는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개인의 통화를 국가가 통제하는 수준”이라며 “한국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긴 국민청원이 회부되기도 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국 경제가 중국식 감시 체제에 편입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명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금지한 것은 국민 대상의 범용 CBDC일 뿐, 기관용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JP모건,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예금 토큰 기반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즉, 한국의 실험은 세계 금융 흐름과 나란히 가고 있는 셈이다.
CBDC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만, 이미 10만 명이 참여하는 실험이 시작되면서 실생활 적용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술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변화를 어떤 자세로 맞이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