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해서 가입했는데 “이럴 거면 안 들었지”… 뒤통수 맞은 40대 남성들 ‘부글부글’
||2025.04.13
보험료 급등에 당황한 가입자들
무·저해지 보험, 싸다고 골랐다가 낭패

“40대 가장으로서 보험료라도 아껴보자고 가입한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들었죠.”
김모 씨는 최근 보험사에서 받은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만 원대였던 보험료가 이번 달부터 10만 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보험사에 문의했더니 “제도 변경으로 보험료가 조정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처럼 저렴한 보험료를 보고 무·저해지 보험에 가입했던 이들이 갑작스런 인상 통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 한 달 새 최대 30% 인상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의 보험료를 일제히 올렸다.
무·저해지 보험은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대신 보험료가 낮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 결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인상률은 보험사마다 차이를 보였다.
현대해상은 대표 상품의 보험료를 평균 7.8% 인상했고, 삼성화재는 6.3%, KB손보는 5.0%, DB손보는 4.1% 인상했다. 일부 상품은 인상폭이 30%를 넘기기도 했다.

40대 남성 기준 통합보험 보험료는 KB손보가 전월 대비 32.7%나 올랐고, 삼성화재와 DB손보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보험료 급등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왜 저렴하다고 했느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했던 보험사들이 이번 조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반면, 보수적으로 추정했던 회사는 인상 폭이 작거나 일부 상품은 오히려 보험료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GA(법인보험대리점) 업계에서는 보험료가 보험 선택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상품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급 실적에도 건전성 지표는 악화

지난해 보험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KB손보 등 주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일제히 떨어졌고, 일부 중소 보험사는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간신히 넘기거나 그 아래로 내려갔다.
이 같은 현상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면서 가용 자본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역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됐다.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8조 6천억 원 규모의 자본성 채권이 발행됐고, 올해도 발행이 이어질 예정이다.
보험료 부담에 계약 해지… 소비자만 힘들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생명이 자사 설계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보험 해지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꼽혔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은 과거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판매됐지만, 이번 보험료 인상으로 오히려 가계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보험사들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충분한 안내 없이 추가 비용만 떠안게 됐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산정 방식과 상품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