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멀뚱거리며 날 쳐다보는 야생동물을 만났어요” (영상)
||2025.04.13
||2025.04.13
도심에서 족제비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족제비를 발견했다는 시민 제보가 13일 위키트리에 들어왔다. 제보자 C(19·여) 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민의전당 인근에서 족제비를 발견해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고 밝혔다. C씨는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산책로에서 족제비를 마주쳤다”라면서 “멀뚱거리며 날 잠시 바라보다 갈 길을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말했다.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할 족제비가 어쩌다 서울 도심까지 내려오게 된 걸까.
족제비는 족제비과(Mustelidae)에 속하는 작은 육식 포유류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이 분포한다. 한국에는 주로 시베리아족제비(Mustela sibirica)와 쇠족제비(Mustela nivalis가 서식한다. 시베리아족제비는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도 발견된다. 몸길이가 25~39cm 정도인 시베리아족제비의 가장 큰 특징은 밝은 적갈색 털과 얼굴에 난 커피색 마스크 무늬다. C씨가 발견한 족제비가 바로 이 시베리아족제비다.
쇠족제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 포유류다. 몸길이가 17~22cm에 불과하다. 주로 북한의 고산지대와 남한 북부에서 발견된다. 갈색 등과 흰 배가 특징이다. 1984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84년 강원도 부근에서 잡힌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전남에도 서식한단 사실이 밝혀졌다.
족제비는 긴 몸과 짧은 다리, 작은 머리를 가진 날렵한 동물이다. 이런 체형 덕분에 좁은 굴이나 틈새로 쉽게 들어가 먹이를 사냥할 수 있다. 주요 먹이는 설치류다. 시베리아족제비는 쥐, 들쥐, 다람쥐, 토끼 등을 잡아먹는다. 지역에 따라 작은 새,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심지어 소나무 씨앗이나 과일 같은 식물성 먹이도 먹는다. 하루에 몸무게의 40~60%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해야 할 정도로 대사율이 높다. 서식지는 숲, 초원, 강 주변, 산지 등 다양하지만 먹이와 은신처가 풍부한 곳을 선호한다. 시베리아족제비는 특히 낙엽수림, 침엽수림, 개활지에서도 잘 적응한다. 나무뿌리나 쓰러진 통나무, 다른 동물의 굴을 활용해 둥지를 만든다.
족제비는 문학 작품에도 종종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쇠족제비가 중요 역할을 맡는다. 이야기 속에서 쇠족제비는 주인공 암탉 잎싹을 위협하는 포식자로 등장해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냥하는 족제비의 본능을 잘 보여준다. 작품은 족제비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생태계 일원으로 묘사한다.
족제비가 도심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와 먹이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산과 숲이 개발로 줄어들면서 족제비가 기존 서식지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서울은 대도시라고 해도 공원이나 하천, 녹지대가 많아 먹이인 쥐나 작은 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서울 한남동 아파트 단지, 서울 영등포,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자전거 도로에서도 시베리아족제비가 목격된 적이 있다. 인천의 산업단지에서도 족제비가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쥐가 많아 먹이를 찾아 족제비가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
도심에서 족제비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족제비는 작지만 사나운 동물로, 위협을 느끼면 날카로운 소리를 내거나 악취가 나는 분비물을 뿜어낼 수 있다. 이 분비물은 며칠 동안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족제비를 발견해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족제비는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보지 않지만 겁을 주거나 접근하면 방어적으로 행동할 우려가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족제비는 작은 동물을 먹이로 인식할 수 있기에 고양이나 강아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족제비가 고양이를 쫓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족제비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쥐와 같은 설치류를 잡아먹으며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다만 가금류 농장에선 닭을 사냥해 농부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도시에서는 이런 충돌이 적지만 족제비가 반려동물 사료를 훔쳐 먹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족제비가 목격되는 사례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점점 더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 족제비를 해로운 동물로만 여기기보다는 생태계 일부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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