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모두 무시했는데”… 지금은 미국도 줄 서서 찾는 ‘K-방산’의 위엄
||2025.04.14
||2025.04.14
한때는 제대로 된 소총 하나 없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최강국조차 탐내는 방산 강국이 됐다.
처음에는 모두가 관심조차 주지 않았지만, 50년 동안의 집념은 결국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K9 자주포의 영토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 인도에 이어 미국까지 한화의 K9 자주포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협력까지 포함된 ‘맞춤형 전략’으로 무장한 한국산 자주포가 세계 무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HSW와 약 4026억 원 규모의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납품 대상은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제작된 ‘크라브(KRAB)’의 차체 부품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부품 거래를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한국 방산의 시작은 초라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북한보다도 화력에서 뒤처져 있었다. 북한이 탱크와 포를 자체 생산할 때, 한국은 소총조차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자주국방’을 외친 박정희 정부의 결단은 국방과학연구소와 ‘번개사업’이라는 이름의 병기 개발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중화학공업과 방산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 그 집약체가 바로 K9 자주포다.
1989년 개념 설계가 시작된 K9은 약 100개 기업이 참여한 민관 협력의 산물이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1999년 전력화에 성공했으며, 최대 사거리 40km, 분당 6발의 발사 속도, 신속한 진지 전환 등으로 세계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K9 자주포는 현재까지 9개국 이상에 1700문 이상 수출되며 ‘글로벌 자주포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도 국방부와 3700억 원 규모의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9 자주포가 향하는 다음 목적지는 세계 최대 무기 시장인 미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미 육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자주포 프로그램(TRAP)에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 궤도형 및 휠형 자주포를 개발 중이다.
K9A2는 탄약 자동 장전, 표적 자동 추적, 사거리 확장 등 자동화 기능이 강화된 모델로, 기존 팔라딘 대비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미국 전용 휠형 모델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는 자동화 포탑을 미군 트럭 플랫폼에 장착한 형태로, 미국 내 작전환경을 철저히 반영한 제품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K9 생산라인을 직접 시찰했다. 실무진 중 일부는 “내가 결정권자라면 지금 바로 계약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국의 지형, 기후, 작전 특성에 맞춰 K9을 현지화해 수출하고 있다.
인도용 ‘K9 바즈라’, 노르웨이용 ‘K9 비다르’, 폴란드의 ‘크라브’ 등, K9은 국가마다 다른 버전으로 진화해왔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휠형 K9도 이러한 맞춤 전략의 연장선이다.
또한 한화는 미국 내 탄약 생산을 위한 1조 원 규모의 스마트 탄약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구식 설비 문제를 해결하고 현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한편, 한화는 자주포 외에도 무인차량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미군의 다목적무인차량 2차 사업(S-MET Inc. II)에 참여하며, 자사 개발 플랫폼인 ‘아리온스멧’을 앞세워 차세대 무인 솔루션을 제안했다.
50년 전, 소총 하나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무기 수출국으로 거듭났다. 한국 방산의 반세기 집념이 지금, 글로벌 무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