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원에 팝니다”… 미국서 벌어진 뜻밖의 ‘광풍’에 판매자들 “돈방석”
||2025.04.15
||2025.04.15
“평범한 가방 하나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섭니다.”
요란한 브랜드 로고도 없고, 고급 소재를 쓴 것도 아니다. 그저 미국의 한 식료품점에서 4천 원 남짓에 파는 천 가방일 뿐이다.
그런데 이 가방이 현재 2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며 ‘에코백 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열기를 모으고 있다.
한정 수량, 독특한 색상,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맞물리면서, 단순한 쇼핑백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고가의 리셀 아이템으로 변모했다.
가방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진풍경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최근 2.99달러(한화 약 4천300원)의 미니 캔버스 토트백의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했다.
부활절 시즌을 맞은 시즌 한정 제품으로, 파스텔 톤의 분홍, 파랑, 보라, 초록 네 가지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시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아침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몇몇 매장에선 개장 몇 시간 만에 전량이 동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매대를 향해 뛰어드는 모습이 온라인 영상으로 퍼지기도 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8일(현지 시간) “이번 제품은 단순한 장바구니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며 “한정판 수집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레이더 조의 미니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베이, 포시마크 등 리셀 사이트에서 수십 배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4개 세트가 200달러(약 29만 원)에서 시작해, 개당 500달러(약 72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파스텔 핑크 색상은 1699달러, 우리 돈 약 246만 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가격 폭등에 트레이더 조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재판매를 장려하거나 묵인하지 않으며,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몇 천 원짜리 가방을 몇 백 배 가격에 사는 게 말이 되느냐”며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에코백 열풍’은 단순한 소비 현상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배경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 가방이 비싼 브랜드 가방 대신 선택되는 데에는 놈코어(nomcore)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명품 가방 대신 실용적인 미니 캔버스 백을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틱톡 이용자는 “2.99달러짜리인데 고급 브랜드 고야드의 미니백을 연상시킨다”며 영상과 함께 가방의 스타일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 전반에서는 “디자이너 백보다 더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또한, 이 가방은 하얀 캔버스 천에 다양한 색상의 테두리를 두른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사용자가 개성에 따라 자수나 장식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나만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탄생한 2.99달러짜리 가방은 지금, 단순한 상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