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줄 알아야…굉장히 잘못됐다” 전문가가 욕한 뜻밖의 서울 관광명소
||2025.04.15
||2025.04.15
도시개발 전문가의 이 거친 한마디는 서울 한복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겨냥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 유려한 곡선의 외형,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한 이 독특한 건축물이 일각에서는 '최악의 관광명소'로 불리고 있다. 서울의 자랑이었던 공간이 어쩌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산 낭비의 상징' '도시 맥락을 무시한 구조물'로 비판받고 있는 걸까.
DDP는 2014년 개관 이후 서울의 패션·디자인 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서울패션위크, 디자인 위크,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곡선미를 강조한 네오퓨처리스틱 양식으로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외형 뒤에는, 도시의 맥락과 현실을 놓친 구조적 한계와 설계 결함에 대한 날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SBS 스브스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 '교양이를 부탁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컨트리뷰터로 활동 중인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하버대대 도시계획부동산 박사)는 DDP는 '잘못된 개발'이라고 못박았다.
DDP에는 애초 800억 원이던 예산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48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실제 수익 구조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세금으로 만든 구조물이라면 최소한 연 2% 수익은 나야 한다. 그런데 그런 수준도 안 된다"는 비판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공간 자체의 기획 실패로 이어진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제는 내부 설계에도 있다. 외관은 화려하지만, 내부는 비선형 구조로 인해 대형 행사를 치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는 이미지는 있지만, 그 공간 안에서 오래 머물며 소비를 유도할 만한 동선과 기능은 부족하다.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그냥 떠난다. 주변에서 소비를 연결할 유인도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바로 옆 상업시설인 맥스타일은 공실률이 80%에 달한다.
또한 DDP 건립으로 인해 과거 동대문운동장이 가진 역사성과 지역 상권의 공동체 문화는 급격히 해체됐다. 동대문운동장은 1925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 스포츠 시설이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 공간은 설계적 상징성 없이 철거됐고, 그 자리에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은 지역의 정체성과 단절된 채 존재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현실이 됐다. 개발 이후 노점상과 자영업자들이 밀려났고, 상권은 단기간 유동인구 증가를 경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실과 쇠퇴를 겪고 있다. "동대문 상권을 살리겠다던 대형 프로젝트가 오히려 활력을 죽였다"는 비판은 일부에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DDP는 서울의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디자인 산업 중심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문제는 이 상징적 공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시민의 공간'이 아닌, '기념비적 구조물'로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건축가의 이름과 곡선의 미학은 있지만, 그 안에서 시민의 일상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담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도시개발이란 결국 '사람이 머무르고, 관계하고, 소비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일부는 DDP는 지금도 여전히 '사진만 찍고 떠나는 장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까지 비판하는 이유는 단순한 미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책 실패와 공간 운영의 비효율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