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내 아들은 동성애자” 최초 공개
||2025.04.20
||2025.04.20
배우 윤여정이 아들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윤여정은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앞두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족사를 솔직히 털어놨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내 첫째 아들이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나는 그곳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열어줬다. 한국에서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 모른다. 어쩌면 그들이 내게 책을 던질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넌지시 언급했다.
윤여정은 농담 섞인 말투로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고 전하며 한국에서 동성애자 자녀를 둔 부모가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다. 전혀 개방적이지 않다”며 자신의 캐릭터가 영화에서 왜 그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었는지 설명했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결혼 피로연’은 문화적 정체성, 퀴어 정체성, 그리고 가족의 기대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동성 커플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장 결혼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1993년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를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류 안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앤드류 안은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감성을 더해 원작을 재해석했다. 영화는 미국 이민자 사회를 배경으로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동성애와 이민자 정체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윤여정은 극중 손주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는 한국인 할머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역할은 그의 실제 삶과 깊이 연결된 캐릭터로, 영화 속 대사에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다.
윤여정은 영화 속에서 손주에게 하는 대사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에 대해 “그건 내 실제 삶에서 나온 말이다. 감독과 내 경험을 나누며 함께 쓴 대사다. 이 대사가 영화에 들어간 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사가 단순한 대본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조안 첸은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깊은 감정과 진정성을 완벽히 담아냈다”고 극찬했다.
‘결혼 피로연’은 글로벌 프로젝트다. 윤여정 외에도 한기찬, 릴리 글래드스톤, 켈리 마리 트란, 조안 첸, 보웬 양 등 다양한 배우가 출연했다. 특히 한국 배우 한기찬은 동성애자 유학생 민 역을 맡아 윤여정의 손주로 등장해 위장 결혼 소동의 중심에 선다.
‘결혼 피로연’은 지난 1월 23일 미국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후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평가했으며, 버라이어티는 “앤드류 안 감독이 원작을 재미있고 진지하게 재해석했다”며 윤여정을 “여전히 신 스틸러”라고 칭찬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윤여정이 가족의 역동성에 따뜻함을 더한다”고 호평했다.
윤여정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태도 때문에 이 캐릭터가 내게 개인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동성애와 같은 주제에 대해 아직 개방적이지 않다고 느끼며, 이 영화가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는 퀴어 영화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다양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동성애 코드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6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으나 1987년 이혼했다. 이후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연기 경력을 이어갔다.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는 수상 소감에서 “내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의 잔소리 덕에 내가 일터로 나가 이 상을 받았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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