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당 50만 원...고기 맛 나는데 날것으로 먹으면 치명적인 ‘식재료’
||2025.04.20
||2025.04.20
봄철 잠깐, 특정한 환경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이 귀한 버섯은 괴상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미식가들에게는 ‘봄의 진미’로 통한다. 정체는 바로 모렐버섯, 곰보버섯이다.
고기처럼 깊은 감칠맛과 고소한 향미를 지닌 이 식재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며 무엇보다 날것으로 섭취 시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고급 식재료다.
모렐버섯은 갓 표면이 울퉁불퉁한 호두 껍질처럼 생긴 뾰족한 타원형 형태로, 갓이 길쭉한 대 위에 붙어 있는 독특한 모양을 지녔다. 이런 생김새로 인해 ‘곰보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흔히 볼 수 있는 장마철 야생버섯과 달리 4월에서 5월 사이 봄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버섯 채집가들 사이에서는 “그 해의 버섯 시즌이 모렐버섯으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버섯으로도 유명하다.
활엽수림 내 낙엽이 쌓인 땅 위, 은행나무 밑, 정원과 화단 등에서도 발견되며 보통 하나씩 또는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자연 상태에서의 채취가 거의 유일했던 이 버섯은 미국과 유럽,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고급 요리에 빠지지 않는 핵심 식재료로 취급받는다. ‘모렐 헌터(Morel Hunter)’라 불리는 전문 채집가들이 봄마다 숲을 누비며 모렐을 수확하는 전통이 있을 정도다.
이 버섯의 맛은 고기와 견과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풍부함으로 미식가들을 매혹시킨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구수한 치즈 향이 나기도 해 요리 시 육류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풍미를 자랑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초콜릿, 주류, 파스타, 수프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별도의 트러플처럼 ‘모렐만을 위한 메뉴’가 있을 정도다.
건강 효능도 무시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모렐버섯에는 신장기능 개선, 성기능 회복, 위염·소화불량·식욕부진 완화 등에 효과적인 유기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또한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 및 신진대사 촉진에 좋다. 특히 단백질 함량은 흔히 건강식으로 알려진 목이버섯보다 약 두 배가량 높아 ‘영양의 보고’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뛰어난 맛과 영양에도 불구하고 모렐버섯의 최대 단점은 인공재배의 어려움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재배에 성공했으나 생산량은 여전히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건조 모렐버섯의 시세는 1kg당 최대 5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국내에서도 그간 야생 채취나 중국 수입에 의존했으나, 최근 농촌진흥청이 국내 재배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업화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이 버섯은 재배 기간이 길고 까다로워, 종균을 심은 뒤 약 6~7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10월에 종균을 심으면 이듬해 3~4월에야 수확이 가능하다.
이처럼 귀하고 맛있는 식재료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모렐버섯은 날것으로 섭취 시 위험하다는 점이다. 미량의 독소를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익히거나 데쳐서 섭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헬스조선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식당에서 데치지 않은 모렐버섯 요리를 먹은 고객 51명이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급성 증상을 보였고 2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문제의 요리는 냉장 상태로 재워진 생 모렐버섯을 사용한 음식이었으며, 단 한 끼의 잘못된 섭취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모렐버섯 속 독소는 가열 조리 시 대부분 제거되므로, 조리 시 반드시 완전히 익히는 것이 안전하다. 보관 시에도 통기성이 있는 종이 봉투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폐된 플라스틱 용기에서는 습기로 인해 쉽게 부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선물한 고급 식재료 모렐버섯은 그 희소성과 맛, 건강 효능 면에서 분명 특별한 존재다. 다만 그만큼 취급에 주의가 필요한 만큼, 조리법과 안전 기준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즐기는 것이 ‘진짜 미식가’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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