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좌 오르자마자 ‘8년’ 묵은 폭탄 터진다”… SK 흔들리자 삼성 ‘활짝’

리포테라|권용희 기자|2025.04.21

SK, 정점 찍자마자 내부 진통
한미반도체 8년 만에 가격 인상
삼성과 10년 만에 손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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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HBM으로 세계 1위 올랐다더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며 정점에 올랐지만, 예상치 못한 내부 균열이 시작됐다.

8년 동안 이어진 공급가 동결이 깨지고, 전략적 파트너였던 한미반도체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 틈을 노리고 10여 년 전 등을 돌렸던 삼성전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8년 만에 평화 깬 한미,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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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에 HBM(고대역폭메모리)용 TC본더 장비의 납품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인상 폭은 무려 25~28% 수준에 달한다.

2017년 SK하이닉스와 함께 TC본더를 공동 개발한 이후, 8년 동안 동결해왔던 가격을 갑작스레 올리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 같은 결정은 경쟁사 한화세미텍의 등장 이후 불거졌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SK하이닉스에 TC본더 12대를 420억 원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기존 한미반도체의 공급가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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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만큼, 한미도 더는 예전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공장 내에 무상으로 운영하던 한미의 전담 A/S팀도 유료 서비스로 전환됐다.

40명 이상이 투입돼왔던 이 팀은 작년 9월 ‘긴급 대응’ 목적에서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SK 위기 속, 삼성과의 10년 묵은 고리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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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흔들리자, 한미반도체는 뜻밖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한때 등을 돌렸던 삼성전자다.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는 2011년 특허 분쟁을 계기로 거래가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당시 한미는 삼성 자회사 세메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 10년 넘게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이슈가 오래 전에 정리된 데다, 지금은 담당자들도 거의 바뀌었다”며 “최근 양사 간 TC본더 납품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HBM3E 12단, 16단과 같은 고난도 제품의 수율 확보를 위해 삼성도 한미의 장비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다시 손을 잡게 된다면 단순 납품을 넘어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까지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생태계의 흐름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왕좌 오른 SK하이닉스, 위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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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6%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HBM 시장에서는 70%에 육박하는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에 한참 뒤처졌던 점유율을 순식간에 뒤집은 결과다.

하지만 이 성공의 그림자에는 취약한 공급망 구조가 자리하고 있었다.

HBM3E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주요 장비 공급사와의 갈등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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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여전히 AI 반도체의 핵심 공급망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HBM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HBM 시장 초반 대응이 늦었다”고 인정하며, “HBM4부터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서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HBM 수요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급망 내 변수들이 늘어난 만큼, 한 쪽의 대응 미비가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핵심 협력사와의 갈등이라는 돌발 변수에 직면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반전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한미반도체는 이 틈을 타 존재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시장 1위에 오른 지금, SK하이닉스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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