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독재는 악마"…마지막까지 "전쟁 반대" 호소
||2025.04.21
||2025.04.21
1936년생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간) 선종하기까지 현대사의 여러 굴곡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
그는 인류가 전쟁을 비롯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두운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수시로 강조했다.
9·11 테러를 지켜보며 참담함을 느낀 교황은 무슬림을 비롯한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의 탐욕이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민중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최근 번역 출간된 자서전 '나의 인생'(윌북)과 '희망'(가톨릭출판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이던 1976년 3월 24일 호르헤 라파일 비델라(1925∼2013) 장군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비델라는 아르헨티나 의회를 해산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이사벨 페론을 축출하고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재야인사를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은 1983년 12월 변호사 출신 정치인 라울 알폰신(1927∼2009)이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7년 넘게 이어졌다. 교황은 자서전에서 이 기간을 암흑과 같은 시대로 설명했다.
"군사 정권 기간 수만 명의 사람이 실종자, 곧 데사파레시도스(desaparecidos)가 되었다. 대다수가 젊은이들이었는데 이들은 수개월간 고문받고 결국 헬기나 군용기에 태워져 바다에 던져졌다. 때로는 마약을 투약하여 산 채로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에 "정권에 동조하는 이들은 자유를 누렸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교회 구성원들까지도 박해받았다"며 엔리케 앙헬렐리 몬시뇰이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싸우고 그들에게 봉사했다는 이유로 군부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교황은 일생에 걸쳐 전쟁에 반대해 왔다. 그는 "전쟁은 죽음의 상인들만 살찌우고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는 광기일 뿐입니다. 만약 일 년 동안 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세계의 기아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이고, 단 하루만이라도 군사비 지출을 멈춘다면 34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호소했다.
교황이 선종 전 마지막 공개 활동에서 남긴 메시지도 전쟁 반대였다. 그는 부활절인 20일(현지시간)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