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38만 원씩 그냥 준다”… 美 시행한 ‘이 제도’, 한국에서 도입해 보니 ‘깜짝’
||2025.04.24
||2025.04.24
“월급처럼 그냥 돈을 준다고요?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요?”
2019년부터 3년간, 미국의 연구기관 오픈리서치는 텍사스와 일리노이의 중저소득층 3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1000명에게는 매달 1000달러(약 138만 원)를 무조건 지급했으며, 대조군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를 지급했다.
기본소득을 받은 이들은 당장 식비, 교통비, 이사 등 생계 비용에서 여유를 보였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사례도 늘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았던 건강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수면과 운동량은 늘지 않았고, 병원 입원율은 26% 증가했다. 스트레스는 첫해 줄었지만, 3년 차에는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오히려 더 높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연구진은 “현금 지급만으로 건강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처방약 가격 인하나 건강보험 확대 같은 직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쟁점은 근로 시간 변화였다. 실험 결과,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의 주당 근로 시간은 1.3시간 줄었고, 연간 약 8일을 덜 일했다. 이에 따라 월 소득도 125달러 감소했지만, 기본소득으로 이를 상회했다.
흥미로운 점은 감소한 근로 시간이 청년층과 한부모 가정에서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학업에, 한부모는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일부 참가자는 자폐 아동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녀와 낚시를 즐기는 등 여가 활동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완전 무조건적인 현금 지급은 일정 부분 노동공급을 줄인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줄어든 노동보다 생긴 자유를 더 소중히 여긴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형태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해, 일정 거주 요건을 충족한 24세 청년에게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분기별 신청 없이 일시금 지급으로 바뀌었고, 사용처는 교육비, 주거비 등 9개 항목으로 제한됐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수혜자의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모든 청년에게 조건 없이 지급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 연령층 확대, 예술인과 농민 등 특정 집단으로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과 확대 여부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이 현재 복지 예산을 모두 기본소득에 전환한다 해도 월 1인당 지급 가능한 금액은 약 59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재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야 가능한 수치다.
한때 기본소득을 대표 정책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최근 실용적 성장 중심의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본소득’ 대신 ‘AI 100조 투자’와 ‘3·4·5 경제정책’을 내세우며 성장률과 국민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기본소득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복지보다는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삶의 질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나 사회 문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