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대한 개츠비’ 신춘수 대표 "마침내 꿈 이뤄…뉴욕-런던-서울공연 그린라이트"
||2025.04.26
||2025.04.26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오디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창작진이 25일(현지시간) 오후 주영국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바이브'와 '어벤저스급 호흡'을 작품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위대한 개츠비'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제작을 맡아 지난해 4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한 작품으로, 흥행 성공으로 장기 공연 중 웨스트엔드에 건너와 지난 24일 밤 개막 공연을 성황리에 치렀다.
이날 커튼콜에서 무대에 올라 출연진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뒤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던 신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브로드웨이보다 웨스트엔드 공연을 꿈꿨다. 그 그림이 펼쳐지는 첫 공연에 긴장과 흥분이 교차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달 10일 첫 출간 100주년을 맞은 미국 소설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옮긴 작품으로, 1920년대 호황기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린다.
제작자가 한국인일 뿐 창작진 대부분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로, 작품 어디에도 한국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강렬하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넘버들부터 짜임새 있고 화려한 군무까지 'K-바이브'가 물씬 느껴진다는 평이 나왔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분위기일 것이라고 했다. 연출가 마크 브루니와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는 그와 10년 넘게 함께 작업한 사이다.
하울랜드는 "21세기에 사는 우리의 눈으로 100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노래하며 어떤 말을 했는지 재창조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의 K-바이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킬 앤드 하이드', '데스노트' 등의 편곡을 담당했고 '스윙 데이즈'도 작곡해 한국에 잘 알려진 작곡가다.
시선을 뗄 새가 없이 화려한 군무로 무대를 수놓은 안무가 도미니크 켈리는 "한국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것이 세계적인 무대가 됐고, 여기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꿈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웨스트엔드 최대인 2300여 석 규모의 런던 콜리시엄 극장에 오른 '위대한 개츠비'의 초기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11일 프리뷰, 24일 본 공연을 시작했는데 티켓 매출액이 이미 475만 파운드(약 91억 원)를 넘어섰다.
신 대표는 '환상의 팀'이었음을 거듭 강조하며 "좋은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어느 나라, 배우와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공연이란 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람이 만나는 작업인데 멋진 화학 작용을 이뤘음다. 디테일을 더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갈 때 무척 행복했다.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서 개츠비의 그린라이트가 계속 밝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영미권 언론의 반응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즐길 거리에 비해 원작의 시대적 상징성과 문학성을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위대한 원작의 벽을 어떻게 넘어설까가 최대 고민이었다. 그 명작의 텍스트를 무대 언어로 옮기는 부분에서 비평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선 '개츠비' 영화 중 문학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무대에서 구현하고 보여주는 부분은 우리의 목표에 맞춰 충실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스트엔드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양극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오는 7월 한국에도 상륙한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창작진이 그대로 서울로 향해 한국 무대에 맞게 다듬어 올리는 공연이다. 이후 한국어로 한국 배우가 연기하는 개츠비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신 대표는 "서울만을 위한 배우들이 캐스팅되고 한국에 와서 연습한다. 한국에 맞는 무대, 의상도 새로 만든다"며 "뉴욕, 런던, 서울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건 다시 있을까 싶은 일인데 내가 시작한 작품이기에 한국에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다음에 여유를 갖고 한국어 작품을 하고 싶다"며 "더 고민해 한국 배우가 개츠비를 멋지게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지에 대해선 "우리 이야기로 보편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완성도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현재 '개츠비' 팀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논의 중이라면서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아 새 이야기를 만드는 발전 단계에 있다. 한국 작가, 제이슨 작곡"이라고 귀띔했다.
사진=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프로듀서는 2001년 오디뮤지컬컴퍼니를 론칭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박명성의 신시뮤지컬, 설도윤의 설앤컴퍼니, 윤호진의 에이콤과 함께 4강 체제를 형성하며 국내 뮤지컬 붐을 주도했다.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드림걸즈' 등의 작품들을 새롭게 해석해 한국 프로덕션을 제작해왔으며 브로드웨이에서도 'Holler If Ya Hear Me' 'Doctor Zhivago' 등을 제작한 한국 최초의 브로드웨이 리그 프로듀서다. 국내 뮤지컬 시장 발전과 대중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한국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프로듀서상, 2020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