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믿을 수 없다니”… 매일 ’30명’씩 당한다, 노후자금 몽땅 날린 고령층 ‘패닉’
||2025.04.29
||2025.04.29
“검사라고 해서 믿었는데, 전 재산을 날렸습니다.”
지난 3월, 한 70대 노인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9억 7천만 원을 잃었다. 검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이 평생을 모은 노후 자금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검찰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연간 1만 건 넘게 발생하며, 매일 30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더는 경찰 번호도, 금융기관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1분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범죄 수법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으며, 디지털에 취약한 50대 이상 고령층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
올해 1~3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건수는 5,87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총 피해액은 무려 3,116억 원에 달했으며, 건당 평균 피해액 역시 5,301만원으로 2.8배나 늘어났다.
특히 기관을 사칭한 범죄가 절반 이상(51%)을 차지했다.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도 지난해 47%에서 올해 절반을 넘어 53%까지 치솟았다.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카드 배송이나 사건조회 등을 핑계로 접근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고, 개인정보를 빼내 공공기관을 사칭해 심리를 위축시키는 수법이 주를 이룬다”고 경고했다.
악성 앱은 피해자의 통화내용, 실시간 위치, 원격 제어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범죄 조직이 피해자를 철저히 조종할 수 있도록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실제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의 전화번호 80여개를 도용해 사용했다.
피해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받을 경우, 기관 번호로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강수강발(강제수신·강제발신)’ 수법이 주로 활용됐다.
또 허위로 만든 검찰청 직인과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며 피해자를 겁박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최근에는 부고 문자, 건강검진 통지서 등 일상적인 메시지로 악성 링크를 유도하는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1팀 김호빈 팀장은 “금감원이나 검찰이 자산 검수나 안전계좌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전부 사기”라며, 이런 연락을 받으면 무조건 의심하고 즉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대검찰청 찐센터’ 카카오톡 채널을 지난 3일 개설했다.
검사나 수사관 이름, 영장, 출석 요구서 등을 제시받은 시민들이 진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에는 전담 수사관이 직통 휴대전화로 상담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국내외 어디서든 상담할 수 있다.
대검은 “검찰은 전화로 서류를 보내거나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의심 전화가 오면 즉시 통화를 끊고 찐센터 채널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주저하지 말고 빠르게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피해 발생 시 즉각 경찰서에서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금융사에 제출하면 계좌 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