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90명씩 피해자 생기는데 “정부도 경찰도 소용없다”… 해결책은 언제쯤
||2025.05.01
||2025.05.01
“밤마다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나요. TV 소리, 말소리까지 다 들려요. 이게 일상입니다.”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 모 씨(42)는 몇 달째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처음엔 참고 넘겼지만, 점차 분노가 쌓였고 위층과의 대면 이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그는 층간소음 신고도 해보고 관리사무소에도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건 “조심하라고 전달하겠다”는 답뿐이었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제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감정싸움, 폭력, 그리고 강력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대응은 미흡하다. 하루에도 수십 가구에서 피해를 호소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 3천여 건에 달했다.
숫자는 전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실제 현장을 방문해 측정하거나 상담하는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전화로 해결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사람들은 스스로 현장에 나서 확인하고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갈등 조정을 위한 제도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에 지난 5년간 접수된 198건 중, 조정이 성립된 건 단 40건에 그쳤다.
평균 조정 기간은 70일이지만, 당사자 모두 동의해야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신축 아파트의 시공 기준을 강화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사건이 벌어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는 2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였다. 여기에 거주했던 60대 남성 A 씨는 위층 주민과의 갈등 끝에 방화를 저질렀다.
A 씨는 추석 무렵 위층과의 싸움으로 경찰까지 출동한 바 있다.
고소와 취하, 보복 소음이 반복되며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결국 불이 났다.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서울 동대문구의 또 다른 구축 아파트에 살았던 박 모 씨(39)는 “걸어 다니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심지어 화장실 물소리까지 들린다”며 “밤에는 TV 소리와 대화까지 생생하게 들린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500세대 이상 단지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고, 소음저감 매트 설치 시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조직이라 실질적인 강제력은 없으며, 매트의 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아 결국 폐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바닥 슬래브 두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층간소음 허용 기준도 49데시벨로, 이 역시 현실적인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더 나아가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동·호수에 바닥충격음 측정을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소음 유발자가 관리 주체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층간소음 문제는 개인 간 분쟁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라며, “정부가 본질을 회피하는 미봉책 대신,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층간소음으로 잠 못 이루고, 또 누군가는 이웃과 갈등을 겪고 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와, 구속력 없는 대책으로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 감정이 폭력으로, 갈등이 범죄로 번지기 전에 정부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