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샀는데” … 갑자기 청구된 ‘황당한 요금’에 소비자들 ‘발칵’
||2025.05.01
||2025.05.01
“앞으로 집을 보기만 해도 돈을 내야 한다고요?”
서울에서 신혼집을 찾고 있는 직장인 박 모 씨는 최근 들은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 기본 보수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제도에 소비자들이 발칵 뒤집혔다.
계약과 상관없이 매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는 ‘집 보기 수수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장에서는 실효성과 부담을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추진 중인 ‘임장 기본 보수제’는 매수자가 중개사무소를 통해 매물을 둘러볼 경우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구조다.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활발해진 ‘임장 크루’의 무분별한 활동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임장 크루는 매수 의도 없이 중개사무소를 다니며 부동산을 둘러보는 스터디 그룹으로, 일부는 유료 강사와 함께 단체로 수십 곳을 방문하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명 전셋집을 구하러 왔다길래 집을 보여줬는데, 알고 보니 부동산 경험 쌓으려는 ‘임장 클래스’였다”며 “이런 방문은 생업에 방해가 된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협회 측은 지난해 임장 클래스 운영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의도 없는 방문으로 공인중개사와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임장 기본 보수제’를 당선 공약으로 내세운 김종호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중개사는 단순 안내자가 아니라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가”라며 “상담과 현장 안내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기부 열람부터 권리관계 확인, 대출 상담까지 모두 중개 업무의 일부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등에서는 매수 의향서를 먼저 제출해야 매물 안내가 가능하다”며, 국내도 이런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여러 집을 둘러봐야 하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구경값’이 누적돼 결국 비용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거래 증가 가능성도 지적된다. 부산의 한 중개업자는 “비용을 청구하면 소비자들이 직거래로 방향을 틀 수 있다”며 “중개업계 전체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제도 도입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는 “임장 보수제는 회장의 공약 중 하나일 뿐”이라며 “법 개정과 국토교통부 협의 등 과정이 필요해 바로 시행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미 “집 보러 갔다가 요금 폭탄 맞을 판”이라는 반응과 함께 “임장 비용 내면, 계약 후 발생하는 피해도 공인중개사가 전부 책임지는 거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도입은 어렵고, 소비자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제도보다 임장 크루의 매너 개선이나 자율적인 규율 마련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협회와 중개업계, 소비자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제도 도입이 단순한 수수료 문제가 아닌, 중개 서비스의 가치와 책임, 그리고 소비자 권리까지 아우르는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