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처럼 살기 싫어요”… 아이들 떠나고 중장년층만 ‘가득’, 이제 어쩌나
||2025.05.05
||2025.05.05
“돈을 얼마 줘도 절대 안 가요.”
건설업에 종사하는 59세 김 모 씨의 아들은 고졸 후 바로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다. 그는 “아버지가 매일 무릎 아프다고 하는 걸 보면서, 나라도 이 길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건설업계는 위기감 속에 정부의 특단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20~30대 청년들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건설업 청년층 취업자는 10만 5000명으로, 1년 새 6만 1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설기술인 중 20~30대 비율은 16.2%에 그쳤다. 심지어 40대까지 포함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50대 이상 인력은 전체의 56.9%를 차지하며 절대다수를 이뤘다.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2004년 38.1세에서 지난해 상반기 51.2세로 13세나 높아졌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인 43.8세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건산연은 이 같은 청년 부족 현상의 배경으로 “인구구조 변화 외에도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가 건설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의 월 평균 임금은 343만7000원으로, 전 산업 평균의 85.3%, 제조업 평균의 73.5%에 불과했다.
고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 건설업계 종사 청년 10명 중 4명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93%는 건설업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단 6%만이 건설업 취업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아예 생각조차 없으며, 나머지는 다른 분야에서 실패할 경우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건설업 진출을 꺼리는 이유로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빈발”, “열악한 근로조건”이 꼽혔다.
건설업계의 빈자리는 빠르게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지난해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10만7000명으로, 2020년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며 대형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로 4명이 숨졌는데, 이 중 2명은 중국 국적이었다. 건설업 내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률은 전체 외국인 사망자의 43.7%를 차지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공급 확대를 위해 비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김문겸 원장은 “미래를 이끌어갈 Z세대가 건설업을 외면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건설업이 첨단 기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체험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