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봉이냐”… 16년째 조용히 월급 갉아먹던 ‘폭탄’ 드러나자 ‘분노’
||2025.05.08
||2025.05.08
“연봉은 올랐는데 왜 돈이 부족한 것 같지?”
직장인 김 모 씨(48)는 최근 연말정산을 마친 뒤 월급명세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그는 한참 동안 숫자를 다시 계산해보고서야, 매달 빠져나가는 세금이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가와 함께 세금이 늘어나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직장인의 세금 부담이 극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60조 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25조 원에서 10년 만에 2.4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근로소득세는 해마다 평균 10%씩 증가했지만, 근로소득 신고자는 연평균 2.5% 늘어나는 데 그쳐 세금 증가 속도가 인원 증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세수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고소득 근로자의 증가가 자리한다.
2023년 기준 연간 총급여 8000만 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253만 명으로 전체의 12.1%를 차지했으며, 이들이 낸 세금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76.4%에 달했다.
예산정책처는 “상위 소득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세금 구조가 변화한 임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은 2008년 이후 16년째 바뀌지 않고 있는데, 8800만원 이하에는 6~2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이 기준을 넘으면 세율이 35~45%로 급격히 치솟는다.
월급이 조금만 올라 상위 구간에 진입하면 곧바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기본공제액도 마찬가지로, 연말정산 시 총급여에서 자동으로 차감되는 공제 기준은 2009년 150만원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그 사이 명목임금과 물가는 크게 오른 탓에, 결국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소득세 구조가 실질 소득과 괴리를 일으키며 근로자의 의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형평성과 수용성을 고려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2023년 법인세 수입은 62조 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조 9000억 원 줄어들었다.
같은 해 근로소득세는 전체 국세 수입의 18.1%를 차지했으며, 10년 전 12%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국세 수입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이 됐다.
기업의 법인세가 줄어든 자리를 직장인이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근로소득세가 법인세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감세와 경기 침체 속에서 줄어든 세수를 근로자가 메우는 구조가 됐다”며 “세 부담의 균형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들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커지자, 여야 대선주자들도 소득세 감면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득세 기본공제를 3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월급쟁이가 봉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며 공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인데, 민주연구원에 따르면 소득세 기본공제를 180만 원으로만 올려도 세수는 3조 원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는 대대적인 감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직장인 중 약 33%는 아예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로,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은 15% 수준에 그쳐 이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세 부담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고, 구조적 문제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세 개편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서 세수 안정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