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내쫓았는데 “오히려 매출이 늘었어요”… ‘대반전’ 이뤄낸 업계
||2025.05.12
||2025.05.12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자 모두가 놀랐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이들을 스스로 내친 셈이었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단호한 선택이 오히려 수익이 개선되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으면서, 시장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의 김동하 대표는 면세업계에서 유례없는 결단을 내렸는데,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대량 구매하던 중국 보따리상들에게 면세품을 더는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엔 매출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수익성을 보는 시대”라며 면세점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조치로 인해 매출은 줄었지만, 송객수수료라 불리는 거액의 커미션이 사라지며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간 면세점이 다이궁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30% 정도로, 손익분기점보다 높았던 탓에 면세점이 판매를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업계 전반에 왜곡된 경쟁을 초래했다.
롯데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면서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에서도 벗어났으며, 이로 인해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이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물론 다이궁 매출이 사라진 자리를 개별 관광객과 해외 사업에서 메워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지만, 변화의 필요성에는 업계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롯데면세점은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는 인건비 절감과 비용 구조 조정,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른 면세점들도 뒤따르고 있으며, 업계 전반에 체질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신세계는 지난해 부산 시내점을 폐점했고, 현대는 서울 동대문점을 닫는 동시에 무역센터점 규모를 축소하는 중이다.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엔 일시적이지만 매출 반등도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 본점 기준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특히 개별 관광객 매출은 55%나 올랐다. 신세계 역시 연휴 기간 동안 매출이 전주 대비 17% 상승했다.
하지만 내국인의 구매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고환율과 고물가 여파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업황 회복의 신호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의 1인당 구매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인천공항 이용객은 급증했지만 면세점 방문율은 따라가지 못해 수익성엔 큰 차이가 없다.
면세업계는 생존을 위한 구조 조정에 들어갔으며, 다이궁 중심의 ‘물량 싸움’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에게 집중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해답이 나온 것은 아닌데, 따이궁을 포기하며 줄어든 ‘바잉 파워’는 브랜드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확보보다 유통 구조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의 경쟁력이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약하다”며, “업황 회복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