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으로 전부 바꾼다”… 업계 1위 중국 제치고 ’27조’ 찬스 찾아오자 ‘웃음꽃’
||2025.05.23
||2025.05.23
미국이 움직이자 한국 조선업계가 들썩였다. 중국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미국 항만 크레인 시장이 한국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국이 자국 항만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의 퇴출을 예고하면서, 한국산 기술이 대체 수단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6일, 제주를 찾아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이 주목한 건 단순 선박 수주가 아닌 ‘항만 크레인’까지 포괄하는 조선업 전반의 동맹으로, 그 뒤에는 무려 27조 원 규모의 교체 수요가 존재한다는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항만 크레인의 약 80%는 중국 국영 기업 ZPMC의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ZPMC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정부는 중국산 크레인을 대체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왔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 때는 항만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체 작업에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투입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예 중국산 부품 사용을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며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 견제’가 노골화되자, 국내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소에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이식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미국의 조선 재건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며 “한국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미국 방산 조선사와 협력해온 경험을 소개하며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생산 협력 등 구체적인 플랜을 내놨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도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미국 내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확대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한화오션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검증된 기술력으로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은 단순히 선박 수주를 넘어 크레인 제조, 조선소 자동화까지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으며, 특히 자동화 기술과 AI 기술이 결합되는 영역은 미국이 주목하는 분야다.
미국은 조선 인프라가 쇠퇴해 인력 양성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자동화 조선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조선 협력 논의는 단순 산업 협력을 넘어서 통상 협상에서도 핵심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크레인과 선박의 협력이 ‘조선업 혁신 동맹’으로 확장될 경우, 관세 협상에서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희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PD는 “미국은 조선업을 재건하려면 자동화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한국의 조선 기술과 미국의 자동화 역량이 결합되면 새로운 산업 표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 미국은 배를 설계할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게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이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크레인 협력도 미국 측이 관심 있는 분야로 충분히 얘기될 수 있다”며, 향후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내에서는 HD현대 외에도 HJ중공업이 부산항에서 크레인 제작 경험을 살려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중국의 가격 공세에 맞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 과제다.
이번 논의는 조선업을 둘러싼 한미 협력이 ‘조선소 자동화’라는 새로운 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한미 간 산업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는 계기다.
미국의 ‘안보’와 한국의 ‘기술’이 맞닿은 지점에서, 어마어마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