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에 “2천만 원이 ‘홀라당'” … 서민들 두 번 울리는 치밀한 ‘함정’
||2025.05.26
||2025.05.26
대형 화재, 선거 이슈, 공무원 신분까지… 온갖 ‘신뢰’의 얼굴을 한 사기범들이 자영업자들을 노리고 있다.
노쇼 사기가 단순한 예약 취소를 넘어 신분을 사칭하고 물품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손해와 분노, 허탈함만 떠안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는 5·18 기념식을 전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식사 예약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한 식당 업주는 “이 후보와 20여 명이 식사할 예정”이라는 전화를 받고 고가 양주를 준비했지만, 예약자는 사라지고 2천만원이 사기범의 계좌로 들어갔다.
이들은 군부대, 지자체 공무원, 선거 캠프 관계자 등을 사칭하며 신뢰를 얻은 후, “대신 결제해달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전남에서는 소방관을 사칭해 방역복 구매를 유도했고 김해·진주의 모텔 3곳에는 ‘이재명 캠프 홍보실장’ 명함을 들고 등장한 남성이 도시락 대금을 요구했다.
다행히 일부 업주들은 의심을 품고 피해를 피했지만 대부분은 금전적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외식업주 4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노쇼 피해를 겪었다. 한국소비자원 접수 건수도 2021년 45건에서 2023년 212건으로 급증했다.
단순 예약 취소가 아니라 명함 위조와 계좌 송금이 얽힌 ‘계획된 사기’라는 점에서 사안은 심각하다. 경기 부천의 한 고깃집 사장은 “사기꾼이 문자로 ‘신고해도 못 잡는다’며 조롱까지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마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업주는 “신고해도 CCTV 제출하고 설명하느라 이틀은 그냥 날아갔다”며 피해자들이 느끼는 허탈함을 전했다.
법조계는 이러한 ‘노쇼 사기’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변호사는 “명함을 위조하고 대규모 예약을 통해 허위 주문을 넣은 경우, 업무방해죄와 사기죄가 모두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5년의 징역형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며,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찰 수사부터 실제 처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증 과정에서 감정적 소모도 크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당하고 마는 게 낫다”는 체념 섞인 말까지 나온다.
정부와 경찰은 ‘노쇼 사기’ 주의보를 내리고 있지만, 사기범들은 국민의 관심사와 신뢰를 악용해 자영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준비한 음식과 시간, 그리고 현금까지 한순간에 사라지는 피해는 점점 더 교묘하고 악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