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기아, 저기는 테슬라”…천만원 대 가격까지 소비자들 ‘깜짝’
||2025.06.01
||2025.06.01
정면은 기아 EV3, 측면은 테슬라 모델Y, 하지만 이 차의 이름은 ‘나미 06(Nammi 06)’이다.
중국 둥펑자동차가 선보인 이 신차가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EV3의 디자인을 빼닮았다는 평가 속에,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모방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무대에서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자동차는 ‘짝퉁차’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브랜드 로고부터 제품명까지 글로벌 업체의 것을 연상케 했고, 디자인은 유명 차종을 짜깁기한 듯한 모습이 흔했다. 이 경우 법적 대응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간과 비용 문제로 소송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시장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내수 중심 시장 특성상, 해당 차량이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소송에 수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대응에 나서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던 셈이다.
디자인은 닮았지만 성능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드러난다. 둥펑의 나미 06은 184마력의 모터와 최대토크 29.5kg·m를 갖췄으며, 배터리 용량은 44.94kWh 또는 51.87kWh로 구성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471km(CLTC 기준)다.
반면, 기아 EV3는 글로벌 기준 더 높은 성능의 배터리와 드라이브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으로, 현대차그룹의 최신 E-GMP 플랫폼 기반의 안정성과 고속 충전 성능,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까지 포함될 전망이다.
또한, 나미 06은 1,5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EV3보다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아 역시 중국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나미 06은 가격 대비 효율을 강조한 ‘실속형’이라면, EV3는 성능과 브랜드 신뢰도를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형’에 가깝다.
한편,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특유의 내수 중심 성향은 글로벌 브랜드의 접근을 어렵게 해왔다.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만 맞춘 디자인이나 성능은 글로벌 기준과 괴리감을 낳았고, 그 결과 중국산 차량은 해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자동차 생산 대수는 2,572만 대에 달했지만, 이 중 수출은 102만 대에 그쳤다. 이조차도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등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강국에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런 가운데 둥펑이 선보인 ‘나미 06’은 국내 출시 일정은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기아 EV3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동시에 중국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
특히 나미 06은 소형 SUV 특유의 실용성을 갖춘 데다, 분할식 트렁크와 세련된 인테리어, 넉넉한 실내 공간 등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실질적인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다양한 수입차 라인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 이 차량의 등장은 국내 시장의 경쟁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BYD가 본격적으로 한국 전기 승용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맞선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공세 속에서, 나미 06과 같은 새로운 수입 전기차는 한국 시장에서의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기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재정비를 촉구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전략은 여전하지만, 디자인까지 반복적으로 논란을 빚는다면 글로벌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진정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단순한 모방을 넘어 브랜드 고유의 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