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무릎 꿇었다”… 낭떠러지로 몰린 K-업계, 결국 이곳마저 ‘백기 투항’
||2025.06.05
||2025.06.05
미국이 철강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한 데 이어 유럽도 맞불 관세를 예고하자,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철강업계다.
그중에서도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공장 가동 중단, 구조조정, 그리고 중기 사업부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대기업도 무너지는데 우리도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업계를 휘감고 있다. 버티고 버텼던 철강업계가 국제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미국은 4일 0시 1분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리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 US스틸 공장에서의 연설에 이어 이를 실행에 옮겼으며, 이와 관련해 “외국의 저가 철강 수출이 미국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관세가 기대만큼 산업을 지탱하지 못했다며, 생산 능력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위해선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는 한국 철강업계에 그대로 전해졌는데, 기존에도 25% 관세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두 배로 오른 관세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에 가깝다.
유럽연합 역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부담을 준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미국 수출이 막히면서 물량이 유럽으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EU는 이미 한국산 열연 제품의 무관세 쿼터를 14% 줄이는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 4월 EU향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10% 넘게 줄었고, 이는 전체 수출 감소율의 2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러한 국제적 압박 속에서 현대제철은 내부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를 KC그룹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부문은 주로 굴착기나 불도저에 쓰이는 무한궤도 부품을 제조해 왔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관련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기 판매량은 최근 몇 년 새 65%나 줄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기사업부는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로 고전하고 있어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포항 2공장 가동을 멈췄고, 인천 철근공장과 포항 철근공장 역시 임시 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회사는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량 중 유럽 비중은 381만 톤으로 가장 컸고, 미국은 276만 톤으로 네 번째였다.
매출로 보면 유럽 비중은 대부분의 철강사가 두 자릿수에 달한다. 포스코의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현대제철 역시 약 20%를 수출로 충당하고 있다.
이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동시 압박은 한국 철강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통해 수출을 늘려가던 찰나였는데,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때 ‘산업의 쌀’이라 불렸던 철강이 이제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현대제철의 위기는 단지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