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도 스포티지도 아니다”… 판매량 100만대 돌파, 구매욕 넘치는 SUV의 정체
||2025.06.13
||2025.06.13
현지에 최적화된 연료 시스템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현대차 소형 SUV ‘크레타’가 인도에서 국민차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시장이 보호무역 벽에 가로막혀 주춤하는 사이, 인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을 무대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지 사정에 맞춘 파워트레인 전략과 발 빠른 기술 도입, 그리고 세심한 상품 기획이 맞물리며 ‘크레타’는 단순한 SUV가 아닌 신흥 시장 공략의 핵심 무기로 떠올랐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읽고 움직인 현대차의 감각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차의 소형 SUV 크레타는 지난 4월 기준, 인도 누적 판매량 123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2월에는 출시 8년 만에 100만대 고지를 넘었다.
2024년 3월과 4월, 두 달 연속으로 인도 전체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했으며, 연간 판매량 20만대를 넘기면 ‘연간 베스트셀링카’ 타이틀도 넘볼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이 인기에 힘입어 고성능 ‘크레타 N 라인’, 전기차 ‘크레타 EV’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은 인도 내 전체 자동차의 2%에 불과하지만, 전년 대비 23%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기차 18%의 수치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 외 지역에서도 크레타의 기세는 거세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2017년 출시된 이후 47만 7천대를 팔아치웠고, 올해 하반기에는 누적 5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2023년 한 해에만 브라질에서 6만 9천여 대가 팔리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판매 순위도 2022년 10위에서 올해 7위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과는 뚜렷하다. 올해 1~4월 기준, 전년 대비 판매량이 35% 증가한 2,834대를 기록했고, 전체 현대차 판매량 중 33%를 차지했다. 전년도 24% 대비 무려 9%나 상승한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크레타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현지 도로 환경과 높은 기온을 고려해 강판 면적을 늘리고 뒷좌석 에어컨을 기본 탑재했다”며, “현지 맞춤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인도에서 하이브리드 외에도 ‘플렉스 퓨얼’ 기술을 장착한 크레타를 선보이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에서 이 기술이 탑재된 크레타 프로토타입이 공개됐다.
플렉스 퓨얼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혼합해 사용하는 대체 연료 시스템으로, 100% 휘발유부터 100% 에탄올까지 다양한 연료 비율을 지원한다. 에탄올 기반이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휘발유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았다.
현대차는 이미 플렉스 퓨얼 시장이 자리 잡은 브라질에서 관련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서도 정부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도는 인구 14억 명,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률 6%대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앞다투는 가운데, 현대차는 발 빠르게 푸네 공장 인수 및 연산 20만대 설비 투자를 마친 상태다.
또한 인도 공과대와 협업해 ‘현대 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초소형 전기차와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도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 23만대 가까이 팔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다만 경쟁도 치열하다. 타타 모터스와 마힌드라 등 현지 강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에 집중해 농촌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 중이다. 도심은 고급 SUV, 농촌은 실용형 소형차로 양분된 수요에 맞춰 세분화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맞춤형 모델, 적극적인 R&D 투자로 인도 시장을 넘어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까지 영역을 넓혀갈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크레타를 통해 인도를 시작으로 신시장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현대차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와 남미에서 더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