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8년후’ 폭력성·공포 끝까지 가는 대니 보일...너무나도 영국적인
||2025.06.19
||2025.06.19
영국이라면 떠올릴 법한 랜드마크 하나 등장하지 않는데도 너무나 영국적인 영화, ‘28년 후’가 개봉한다. ’28일 후’ 이후 22년만에 ‘28년 후’로 돌아온 대니 보일 감독은 특유의 감각적인 촬영 기법과 편집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28년 후’는 영국을 초토화시킨 분노 바이러스가 발생한지 28년 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28일 후’는 비교적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줬지만, ‘28년 후’ 시점에서 영국은 결국 분노 바이러스 감염을 저지하지 못했고, 인접 국가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 본토를 봉쇄했다.
결국 영국 본토의 생존자들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무리를 지어 공동체 생활을 일궈나간다. 영국 본토와 떨어진 섬을 근간으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에서 12살을 맞이한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아버지인 제이미(에런 테일러존슨)와 함께 첫 ‘사냥’에 나서게 된다.
공동체 문너머의 본토를 처음 접하게 된 스파이크는 기대로 가득차있다. 하지만 이내 감염자의 위기가 부자를 덮쳐온다. 특히 진화한 형태의 감염자 ‘알파’가 스파이크 부자에 집착하며 매섭게 뒤를 쫓는다. 생사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돌아온 스파이크는 공동체에서 어엿한 ‘성인 남성’이 된 것을 축하받지만, 제이미의 부정을 알게되며 혼란에 빠진다.
이 가운데 과거에 의사였지만 지금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켈슨(랄프 파인즈)의 존재를 알게된 스파이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너)와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안전하지만 더이상 안락하지 만은 않은 공동체를 떠나 진정한 성장 서사를 써내려가게 되는 것.
좀비에 바이러스 기원설을 입힌 ‘28일 후’가 당시 센세이션이었다면, 그로부터 벌써 20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상황. 대니 보일 감독은 ‘28년 후’를 통해 포화상태에 가까운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에 다양한 시도를 곁들였다. 특히 고어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잔인함의 수위가 높아졌다. ‘뛰어다니는 좀비’의 시초답게 이번에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 촬영 등을 도입해 현실감은 높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에 접근했다.
대니 보일 감독 영화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락 장르의 음악은 물론이고, ‘28년 후’에서는 사운드 역시 적극 활용된다. 특히 농경사회로 퇴화한 공동체가 주는 위화감을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부츠(Boots)’를 낭송본을 통해 극대화시키며 스파이크의 심리, 그리고 관객들을 옥죄어 온다. 큰 소리를 점프 스케어를 활용하기 보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겹겹이 쌓아나간다.
앞서 ‘트레인스 포팅’이나 ‘28일 후’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니 보일 감독이 바라보는 영국 본토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색채다. 하지만 스파이크가 어머니와의 여정을 시작한 이후 펼쳐지는 풍경들은 전에 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광들로 채워졌다.
고통은 생생하게, 심리는 극단적으로, 장르적인 쾌감은 배가 시키며 대니 보일 감독만의 길을 간다. 다만 ‘28년 후’ 트릴로지의 첫 작품답게 아직 진화한 감염자들이나 스파이크 그리고 지미(잭 오코넬)의 관계성 등은 물음표로 남겨둔다.
한편 영화 ‘28년 후’는 오늘(1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