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널린 이 열매, 보면 따보세요... 생으로도 먹는 ‘천연 정력제’입니다

위키트리|jdtimes@wikitree.co.kr (채석원)|2025.06.21

귀룽나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깊은 산골짜기, 계곡의 습한 그늘 아래에서 하얀 꽃송이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나무가 있다. 귀룽나무다. 5월이면 가지 끝에 꼬리처럼 늘어진 흰 꽃들이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벌들을 불러모으고, 여름이면 까맣게 익은 열매가 산새들의 먹이가 된다. 귀룽나무는 한국의 산야에서 오랜 세월 식용과 약용으로 사랑받아온 존재다. 특히 정력을 북돋우는 효능으로 민간에서 주목받으며, 지리산의 오약목 중 하나로 귀히 여겨진다. 귀룽나무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자.

귀룽나무 꽃 / 국립생물자원관

귀룽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이다. 한국에서는 구룡나무, 구름나무, 귀중목, 귀롱나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의 기원은 다채롭다. 줄기와 가지가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모양에서 ‘구룡(九龍)’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꽃이 뭉게구름처럼 풍성하게 피는 모습에서 ‘구름나무’라는 별칭이 생겼다. 줄기 껍질이 거북의 등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귀룡(龜龍)’이라는 한자 이름도 붙었다. 꽃말은 ‘사색’과 ‘상념’으로,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 나무는 높이 10~15m, 때로는 20m까지 자란다. 직경 80c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어린 가지를 꺾으면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는 벌레를 쫓는 데 효과적이라 옛사람들이 집 근처에 심기도 했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 또는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 표면은 매끈하지만 뒷면에는 회갈색 털이 나며, 잎자루에는 꿀샘이 있다. 5월이면 새 가지 끝에 10~15cm 길이의 총상꽃차례가 늘어지며 지름 1~1.5cm의 흰 꽃이 피고, 6~7월에는 둥글고 검은 핵과 열매가 익는다.

귀룽나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귀룽나무는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섬, 몽골,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깊은 산골짜기나 계곡, 습기가 많은 음지에서 자란다. 지리산, 치악산 같은 산악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추위에 강하고 생장이 빠른 특성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다. 제철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어린잎은 봄철에 채취해 식용으로 사용하고, 열매는 6~7월에 까맣게 익을 때 수확한다. 약용으로 쓰이는 잔가지나 껍질은 연중 채취 가능하지만, 가을(9~10월)에 잎이 지기 전에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

귀룽나무는 식용과 약용으로 다채롭게 활용된다. 어린잎은 봄철에 채취해 나물, 튀김, 찜으로 즐긴다. 잎은 약간 매콤하면서도 특이한 향이 특징이다. 쓴맛을 줄이기 위해 데친 후 물에 담가 우려낸 뒤 양념에 무쳐 먹거나,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다. 열매는 6~7월에 검게 익으면 생으로 먹거나 술에 담가 약주로 만든다. 열매는 약간 신맛, 쓴맛, 떫은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낸다. 과육은 떫지만 씨를 제거하고 먹으면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귀룽나무 꽃 / 국립생물자원관

특히 열매를 35도 이상의 증류주에 3개월 이상 담가두면 까만 빛깔의 약주가 우러난다. 이 약주는 하루에 소량씩 마시면 몸에 활력을 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귀룽나무는 한국 전통 민간요법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약재다. 지리산 지역에서는 오갈피나무, 엄나무, 마가목, 산뽕나무와 함께 ‘오약목’으로 불리며, 이들을 달인 물로 식혜를 만들어 관절염, 신경통, 요통, 중풍 치료에 사용했다. 잔가지, 껍질, 잔뿌리를 하루 40g 정도 달여 마시거나, 술에 6개월 이상 담가 복용하면 간 질환(간염, 지방간, 간경변), 근육통, 신경통, 관절염, 요통, 기관지염, 인후염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잎에는 푸르나신이라는 배당체가 함유돼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는 데 도움을 준다. 민간에서는 어린 가지를 달인 물로 피부병을 치료하거나, 생즙을 습종(습진) 치료에 바르기도 한다.

귀룽나무 순 / 국립생물자원관

귀룽나무의 정력 강화 효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민간요법에서 까맣게 익은 열매를 35도 이상의 증류주에 3개월 이상 담가 만든 약주는 남성의 정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본초도감’에 따르면 귀룽나무 열매는 비장을 보하고 소화력을 높이는 동시에 정력을 강화한다. 귀룽나무 약주는 근육 마비, 요통, 대퇴부 근육 경직, 중풍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하루 15~25g을 물에 달여 마시거나, 소량의 약주를 꾸준히 섭취하면 기혈 순환을 개선해 정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체력 증진에 기여한다고 한다.

한국의 ‘동의학사전’은 열매와 잔가지가 비장을 보하고 설사를 멈추며, 기혈 순환을 돕는다고 기록했다. 가을에 채취한 열매를 말려 5g을 700ml 물에 달여 마시면 자양강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효능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민간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온 경험적 지식으로 자리 잡았다.

귀룽나무 꽃 / 국립생물자원관

약용으로 사용할 때는 잔가지, 껍질, 잔뿌리를 채취해 그늘에서 말린 뒤 잘게 썰어 보관한다. 관절염, 관절통, 요통, 척추질환에는 잔가지 6~8g을 700ml 물에 달여 하루 2~3회, 7~10일간 복용한다. 설사에는 같은 양을 2~3회 복용하고, 진통 효과를 위해서는 비슷한 방법으로 섭취한다. 술에 담글 때는 20~30g을 증류주에 담가 6개월 이상 우려낸 뒤 소량씩 마신다. 잎은 수증기 증류로 행인수를 만들어 기침 치료에 사용하며, 피부병에는 달인 물로 환부를 씻는다.

귀룽나무는 한국의 설화와 얽혀 있다. 치악산 구룡사 전설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아홉 마리의 용이 사는 못을 부적으로 물리치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 절 이름을 ‘구룡사(九龍寺)’로 지었으며, 조선 중기에는 거북바위의 혈을 끊었다가 사세가 쇠퇴하자 ‘귀룡사(龜龍寺)’로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밀양박씨 집성촌에서 구룡목을 파헤치다 용의 피가 솟구쳐 마을이 폐촌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귀룽나무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민간 설화에 자주 등장하며, 용과 거북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귀룽나무 꽃 /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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