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멸종위기종인데…무려 16건 배설물·발자국 남긴 최대 10kg ‘이 동물’
||2025.06.21
||2025.06.21
경기도 성남시가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수달’의 보금자리 마련에 나섰다. 시는 최근 수달의 배설물과 발자국 등 총 16건의 흔적을 확인한 뒤, 이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도록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구간에 땅속 서식처를 조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수달은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최대 몸무게 10kg에 이르며 야행성 습성을 지닌 물가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의 생태 건강도를 평가하는 ‘지표종’이자 생물다양성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1급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구미동 일대 탄천과 동막천 인근에서 수달의 배설물, 발자국, 모래 자국 등 총 16건의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모두 수달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남긴 생태학적 신호로, 6개 지점에서 각기 1건에서 많게는 4건까지 발견됐다. 성남시는 이를 단순한 우연이 아닌 서식 가능성의 징후로 판단하고, 수달이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인공 서식처 조성에 착수했다.
서식처는 수달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조성됐다. 성남시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2차례의 협의를 거친 뒤, 길이 2m의 땅속 이동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서식 공간을 마련했다. 서식처는 땅속에 ‘U’자 형태의 플륨관(폭 60cm, 높이 60cm)을 뒤집어 설치하고, 그 끝에 내경 25cm짜리 주름관 2개를 연결해 출입구를 만들었다. 이는 수달이 야행성 동물이며 물가 근처 흙구덩이나 나무뿌리 아래에 서식하는 습성을 반영한 구조다.
시는 연 4회 이상 서식처를 관찰하고, 탄천 일대 수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수달은 하천 생태계 내에서 상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생태계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수달이 돌아왔다는 건 하천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2023년 10월 탄천 수질이 1급수로 측정된 이후 지금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달은 물속 생활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몸길이는 63~75cm, 꼬리길이는 41~55cm에 이르며, 몸 전체는 짧고 빽빽한 암갈색 털로 덮여 있다. 꼬리는 굵고 원형이며, 물갈퀴가 달린 발은 수영에 매우 유리하다. 반면 지상에서의 움직임은 둔한 편이다.
수달은 하천이나 호수 주변의 바위틈, 나무뿌리, 땅속 굴 등에서 은신처를 만들며 주로 물고기, 개구리, 갑각류 등을 먹는다. 주간에는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진 후에 먹이를 찾는다. 눈과 귀는 작지만 발달되어 있으며, 뛰어난 청각과 후각으로 야간에도 사냥에 어려움이 없다. 성격은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도 온순한 편이며, 일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인간과도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수달은 인간 활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중부 이북 지방의 하천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던 수달은, 한국전쟁 이후 남획과 하천 오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현재는 일부 산간 지역이나 수질이 양호한 하천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는 수준이며,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의 이번 서식처 조성은 단순한 환경미화 사업이 아니다. 도심 속 생태 회복을 실현하는 사례이자, 멸종위기종을 위한 지속가능한 공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협력해 구조물의 형태부터 위치까지 수달 생태에 맞춘 설계를 진행한 점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바람직한 행정 협치의 사례로 평가된다.
수달은 인간과 생태계 모두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성남 탄천이 이 귀한 야생동물의 새로운 안식처가 될 수 있을지, 조용한 발걸음을 남긴 ‘이 동물’의 행방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