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30조 쏟아붓는데 “오히려 독 될 수도”… 전문가들 절박한 ‘경고’ 이어지는 이유
||2025.06.25
||2025.06.25
정부가 내놓은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부양을 위한 긴급 처방으로 추진된 이번 추경이 물가 상승과 증시 불안, 관세 압박 등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 역시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국내외를 덮친 ‘삼중 악재’가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조짐, 침체된 내수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지금 그야말로 폭풍의 한복판에 있다.
가전제품 하나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미국의 철강 파생제품 관세가 23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미국 상무부는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국내 가전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제한적인 현실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가격 인상 또는 생산지 이전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이미 판가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제조 거점을 옮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출 규모를 약 5조 원으로 추산했다. 철강이 제품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대형 가전의 경우 타격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다.
만약 분쟁이 끝나지 않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물류비와 제조원가 상승이 겹쳐 물가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문제는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카드가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풀려 물가를 자극하게 되므로, 추경과 함께 쓰기 어려운 구조다.
한 전문가는 “유가와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추경은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며 “오히려 화폐 가치 하락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유가 폭등이 증시 폭락으로 이어질 경우, 자산가치가 급락해 내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며, 물가보다 증시 붕괴가 더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보다 자산 폭락에 따른 경제 위축이 5배 이상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꺼낸 30조 추경의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지금이야말로 판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시점에선 신속한 집행이 최선이지만,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도 “추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AI나 연구개발(R&D)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장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과감한 세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돈 교수는 “부가세를 5% 포인트 낮추는 조치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며 “중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즉각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약 1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범부처 합동 비상대응반을 꾸려 금융, 물류, 수출입 등 각 부문에 대해 24시간 비상 대응 및 점검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손쓸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며 민간과 글로벌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닌 경제 불황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럴수록 단기 추경이 아니라, 정교한 리스크 관리와 근본적인 산업 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