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의 상징? 엘롯기삼한” … 야구 사상 초유 사태에 팬들 ‘절대 다시 없을 일’
||2025.06.30
||2025.06.30
KBO리그 순위표를 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한화, LG, 롯데, KIA, 삼성.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동시에 이질적인 조합이다.
한때 ‘멸칭’으로 불리던 ‘엘롯기’가 이제는 영광의 이름이 됐고, 거기에 한화와 삼성까지 더해진 ‘엘롯기삼한’은 KBO 판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엘롯기’라는 이름은 원래 비아냥의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LG, 롯데, KIA는 번번이 최하위를 맴돌며 ‘못하는 팀’의 대명사처럼 여겨졌고, 이들의 연이은 부진은 조롱의 소재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멸칭은 변화를 맞았다. 한화, 삼성까지 가세한 ‘엘롯기한삼’이라는 명칭은 어느새 야구팬들 사이에서 애정과 기대를 담은 호칭이 되었다.
2025년 시즌은 이 흐름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6월 기준, 이 다섯 팀은 리그 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는 생애 첫 30연속 홈 매진을 기록했고, 롯데는 고비마다 신스틸러가 등장하며 극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종 지표에서 관중 동원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KIA는 6월 들어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통의 인기, 최근의 반전, 그리고 흥행을 견인하는 존재감이다.
놀라운 점은 이 다섯 팀이 포스트시즌에 동시 진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도 한 해에 세 팀 이상이 함께 가을야구에 나선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이 ‘엘롯기삼한’ 전원이 가을 무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순위표만 봐도 확실하다. 전통의 인기 구단들이 이번 시즌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현실이냐?”, “이런 시즌은 다시 안 올지도 모른다”며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흥분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올스타 투표도 이들 팀이 독식 중이고, 매 경기 매진을 바라보는 구단들도 있다.
이번 시즌의 흥행은 단순한 팀 성적의 결과만은 아니다.
팬들의 지지가 성적을 끌어올리고, 그 성적이 다시 팬들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방 연고임에도 원정경기 흥행까지 가능하게 만든 힘은 결국 ‘스토리’와 ‘인내’였다.
한화의 오랜 암흑기 끝 반전, 롯데의 불굴의 저력, KIA의 유연한 전력 강화, LG와 삼성의 안정적인 운영이 그 바탕이다. 결국 팬들은 성적뿐 아니라 팀이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고, 그것이 현재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
엘롯기삼한은 더 이상 추억 속 이름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프로야구의 정중앙에 그들이 있다. 그리고 가을은 벌써 시작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