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가면 그렇지 않은데, 한국 에스프레소가 유독 쓴 이유
||2025.07.02
||2025.07.02
한국 에스프레소는 왜 유독 쓸까?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곳에서는 에스프레소가 쓰지 않았다고. 같은 이름의 커피인데도 유럽에서는 진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입이 찡그려질 정도로 쓴맛이 강하다는 것이다. 과연 에스프레소의 이 맛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 에스프레소, 원래 쓰지 않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대중적인 커피 문화로 자리잡은 음료다. 작고 진한 한 잔이지만, 그 속에는 향과 산미, 고소함이 어우러진 균형 잡힌 맛이 담긴다. 유럽에서의 에스프레소는 쓴맛보다는 바디감 있는 부드러움과 산뜻한 뒷맛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다르다. 쓴맛이 도드라지고, 끝맛은 텁텁하거나 시큼하기까지 하다.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커피의 로스팅, 원두, 추출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로스팅이 달라지면 맛도 달라진다
한국 카페의 에스프레소가 쓰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두의 '강배전' 때문이다. 로스팅을 오래하고 온도를 높이면 원두는 검게 탄 듯한 색을 띠게 되고, 그만큼 쓴맛이 강해진다.
이는 한국의 커피 문화가 처음 인스턴트 커피로 시작되면서 쓴맛에 익숙해진 소비자 취향과도 관련이 있다. 에스프레소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 한국에서는 커피하면 ‘진하고 써야 제맛’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그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원두를 강하게 볶는 경향이 생겼다.
반면 유럽에서는 비교적 중배전이나 약배전 원두를 사용해 쓴맛보다는 향과 산미를 더 강조한다. 같은 에스프레소라도 로스팅 방식이 다르면 전혀 다른 맛이 나는 이유다.
◆ 원두의 종류도 다르다
에스프레소에 사용되는 원두의 품종도 맛을 좌우하는 요소다. 흔히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향이 풍부하고 신맛이 있는 반면, 로부스타 원두는 쓴맛과 카페인이 강하다.
한국의 일부 카페에서는 크레마를 더 진하게 만들기 위해 로부스타 비율을 높이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혼합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에스프레소의 풍미는 줄어들고, 쓴맛은 강해진다.
반면 유럽의 많은 카페에서는 아라비카 위주로 원두를 블렌딩해 향의 깊이와 부드러움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결과적으로 입안에 남는 인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 추출 방식과 에스프레소 머신의 차이
커피 머신의 압력과 온도, 추출 시간 역시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압력으로 진한 커피를 뽑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몇 초 차이만으로도 쓴맛과 떫은맛이 달라진다.
한국의 일부 카페에서는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추출 시간을 길게 가져가거나, 머신의 세팅을 바꾸지 않고 원두만 교체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과추출된 커피가 만들어져 쓴맛이 두드러질 수 있다.
유럽에서는 머신 세팅에 대한 노하우와 전통이 비교적 오래 쌓여 있고, 에스프레소 한 잔에도 섬세하게 시간과 압력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 커피를 대하는 태도, 문화의 차이도 있다
유럽에서 에스프레소는 일상 그 자체다. 서서 빠르게 마시거나 여유롭게 천천히 음미하든, 커피는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때문에 커피 한 잔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고, 카페 또한 맛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음료 중심의 카페 문화가 먼저 정착되면서 에스프레소는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메뉴로 여겨졌다. 라떼나 아메리카노의 베이스로 쓰기 위한 용도였고,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는 비교적 최근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 카페의 에스프레소가 유독 쓰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화, 기술, 취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 쓴맛 말고, 향과 균형을 즐기고 싶다면
한국에서도 부드럽고 균형 잡힌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팁이 있다. 중배전 이상의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를 찾거나, 원두의 원산지와 블렌딩 비율을 공개하는 로스터리 카페를 선택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또한 바리스타에게 추출 방식이나 산미의 강도를 물어보고 고르면 취향에 맞는 한 잔을 만날 수 있다. 에스프레소는 작지만 복잡한 음료다. 쓰다고 무조건 꺼릴 필요도, 억지로 참아가며 마실 필요도 없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 안에는 문화와 기술,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쓴맛에 가려진 진짜 맛을 알고 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유럽처럼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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