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규영 ‘오징어 게임3’ 스포일러 이후.."책임감·신중함 되돌아봐"
||2025.07.03
||2025.07.03
배우 박규영에게 지난 몇 달간은 배우로 '책임감'과 '신중함'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올해 1월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발단이 됐다.
박규영이 공개한 사진은 당시 베일에 가려진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중요한 설정을 암시했다. 게임의 진행 요원인 핑크가드 복장을 한 자신은 물론 동료 배우 이진욱의 모습까지 포함됐기 때문. 게임 참가자인 이진욱은 시즌2 말미 총상을 입으면서 과연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다가 박규영의 사진을 통해 시즌3에서 핑크가드가 됐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중요한 스포일러가 박규영의 사진으로 공개되자 의견이 분분했다. 실제로 지난 2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3'에서 박규영이 앞서 공개한 사진처럼 부상당한 이진욱은 핑크가드로 위장해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해 시즌3까지 활약한 박규영은 때 아닌 스포일러 논란으로 그동안 말을 아껴야 했다. 지난 2일 만난 그는 "지난 몇 달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며 "혹여 작품에 누가 될까 봐 미쳐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솔직히 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 스포일러 논란 후.."자책하고 반성, 저를 돌아보는 시간"
박규영은 논란이 된 사진에 대해 "어떤 변명의 여지없이 제 실수였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실수를 발견한 직후 제작진과 감독님 그리고 이진욱 선배한테도 바로 연락을 드려 사과했다"고 말했다.
박규영은 지난달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 당시 스포일러 사진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나오자 당황했다"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 그 사진의 내용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작품)공개 전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털 털어놨다.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배우로서 가져야 할 신중함에 대해서요. 그 과정에서 자책도, 반성도 많이 했죠.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박규영이 연기한 노을은 뛰어난 사격 실력을 지닌 핑크가드로, 돈을 모아 북한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핑크가드로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 것에 대해 박규영은 "시즌1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캐릭터였기에 감사했다"며 "(참가자와 달리)새로운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모성애가 두드러지는 캐릭터로서 박규영은 "영혼의 일부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보이는 눈빛과 말투, 감정을 떠올리며 준비했다"고도 설명했다.
"극에서 미쳐 다 표현되지 않았지만 노을은 인생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어온 인물이에요. 인간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죠. 놀이공원에서는 탈을 쓰고, 게임장에서는 가면을 쓰는 것처럼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조차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접근했죠."
노을은 게임장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경석(이진욱)이 아픈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것을 알아채고 그를 예의주시한다. 성기훈(이정재)의 뜻에 동의해 반란에 동참한 경석은 결국 핑크가드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지만, 이는 노을의 계획이었다. 그는 핑크가드 중 장기매매를 하는 이들을 이용해 경석을 핑크가드로 위장시키고 탈출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기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는 '피의 게임'을 멈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석은 딸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인물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노을은 너무 잘 알고 있고요.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경석에게 투영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보여준 행동 또한 '그만 맘춰야 한다'는 경고를 노을만의 방식으로 보여드렸죠. 모든 선택들이 노을다운 선택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참여한 것 자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을 하고 작품이 공개되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이 제 마음속에 아주 큰 줄기로 자리 잡았다"고 의미를 짚었다.
● '나인 퍼즐'→'오징어 게임3'.."연달아 버석한 인물 연기해"
'오징어 게임3' 공개에 앞서 박규영은 지난 5월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에서 프로파일러 이나(김다미)의 정신과 상담을 맡은 의사 이승주(박규영)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의문의 퍼즐 조각을 남기는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 범죄 드라마에서 그는 충격적인 결말을 이끄는 진범으로 밝혀졌다. 한 인물의 깊은 상처 또한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 '나인 퍼즐'을 "거의 동시에 촬영했다"던 박규영은 "어쩌다 보니 버석한 인물을 연달아 연기하게 됐다"며 "현실에서 쉽게 마주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연기라서 배우로서 재미있기도 했고, 당연히 해야 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규영은 2015년 잡지 '대학내일' 표지 모델을 계기로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고 2016년 가수 조권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계기로 배우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데뷔 당시에는 이런 큰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면서 "오디션에 합격하면 '잘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이후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또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며 한 단계씩 쌓아왔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조금씩, 한 단계씩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인터뷰에서 계속 새로운 모습,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팔색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직장인의 애환처럼 보다 현실적인 휴먼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박규영의 차기작은 액션 장르다. 박규영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는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년)과 같은 살인청부업계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파생작)다. 박규영은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인 재이를 연기한다.
그는 "강렬한 액션을 볼 수 있다"며 "'오징어 게임'의 명기(임시완)와 노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 그걸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