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부터 병원비까지 산더미인데”… 유일한 생명줄마저 끊어지자 고령층 ‘피눈물’
||2025.07.11
||2025.07.11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해온 ‘노후 긴급자금 대부(실버론)’이 7월 9일을 기점으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 380억 원이 상반기 중 이미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실버론은 60세 이상 연금 수급자들이 저금리로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장례비 등 긴급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12년 도입된 이후 매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대출 승인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이율도 연 2.51%(2025년 3분기 기준)로 낮아 긴급 상황에 유용하게 활용돼왔다.
신청 후 대부분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중요한 재정 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신규 지원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실버론 대출은 총 5,384건, 348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전·월세 보증금(236억 원), 나머지는 의료비(105억 원), 장례비 및 재해복구비 등으로 사용됐다.
이용자의 대부분은 시중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령층이다. 실버론은 연금 수령액에서 자동으로 상환되는 구조로,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도 접근할 수 있었다.
공공의 저리 대출 창구가 막히자 일부는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려된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시니어 전용 대출 상품 이자는 4~5% 수준으로 실버론보다 훨씬 높다.
국민연금을 받는 고령자들이 이를 담보로 대출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노후 생계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8.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14.2%)의 약 3배에 이르며, 일본(20.0%)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연령이 높을수록 빈곤율도 증가하며, 80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56.5%에 달한다.
여성, 농어촌 거주자, 독거노인 등 일부 계층의 취약성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기준 독거노인은 213만 명에 이르며, 전체 노인의 약 38%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노년층 자영업자들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부채비율은 매출 대비 54%, 70대는 57%로 청년층보다 훨씬 높다. 또한 이들 중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빈곤은 노인 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실버론 중단은 단순한 금융서비스 종료 이상의 문제다. 국민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리 대출 제도마저 사라지면 고령층은 대안 없이 금융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추가 예산 편성 여부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연금 보장성 강화, 고령층 일자리 확대, 취약 계층 맞춤형 지원 등 구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기 대출 제도 하나에 수만 명의 노인들이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은 한국 사회의 노후 보장 체계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