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387만 명 몰려도 “오히려 4.5조 적자”… 한국만 겪는 기이한 현상에 ‘발칵’
||2025.07.12
||2025.07.12
2025년 1분기,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 수가 387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는 회복세였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관광수지는 33억 달러, 한화 약 4조 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광객이 늘어도 수익은 줄어들면서, 단순한 수요 증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외국인의 방문은 많았지만, 관광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했다.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실적’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7% 늘었다.
하지만 관광수입은 37억 8000만 달러로, 2019년(49억 6000만 달러) 대비 23.8% 감소했다. 1인당 소비도 976달러로, 같은 기간 1290달러에서 24.4% 줄었다.
특히 크루즈 관광객의 비중이 7.4%로 높아졌는데, 이들은 체류 기간이 짧고 지출이 적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외국인 면세점 매출은 2019년 40억 9000만 달러에서 올해 15억 9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주요 고객층인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수익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불편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제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배달앱과 모바일 결제 수단은 한국 휴대폰 번호와 국내 카드 결제를 기본으로 한다. 해외카드는 인증 실패나 결제 거절 사례가 많다.
비자카드에 따르면, 외국인이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로 한국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의 결제 시스템이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외국인은 배달앱을 실행해도 언어 설정이 어렵고, 결제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앱은 개선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외국인에게 진입 장벽이 높다.
교통카드나 지하철 발권기 역시 해외카드 지원이 부족하다. 실물 교통카드 충전도 어렵고, 아이폰에서는 모바일 티머니 사용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는 비접촉식(콘택트리스) 결제가 일상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EMV 기반 단말기 보급이 부족해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의 사용이 제한된다.
QR 결제 역시 보급률이 낮다.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주요 결제 수단이 된 QR은 한국에선 전통시장 일부와 면세점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쓰인다.
이런 시스템적 한계 외에도 높은 해외카드 수수료 구조는 소상공인이 외국인 결제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국관광공사와 간편결제진흥원 등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QR 인프라 확산과 외국인용 결제 수단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인 해외여행 수요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2025년 1분기 해외여행객 수는 78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1인당 지출도 908달러로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국의 관광수지는 2019년 22억 3000만 달러 적자에서 올해 33억 달러 적자로 확대됐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단순 방문자 수 증가만으로는 관광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국인의 체류 기간과 소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관광객의 경험과 소비까지 고려한 인프라 개선과 함께, ‘관광 강국’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시스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