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군인이 ‘’탱크를 훔쳐서 달아나‘’ 도시에서 차량 40대를 파괴한 사건
||2025.07.13
||2025.07.13
1995년 5월 17일 오후 6시 30분경, 샌디에이고 거주 퇴역 미 육군 병사, 션 티모시 넬슨(Shawn Timothy Nelson, 당시 35세)이 캘리포니아 육군주방위군 창고에 침입했다. 그는 창고 철망을 넘어가고 수문 자물쇠를 끊으며 M60A3 주력전차를 탈취했다. 당시 창고는 늦은 근무 시간으로 인해 보안이 소홀해진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도시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충격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넬슨은 박탈된 삶 속에서 도시로 전차를 몰고 나와, 기존의 군 경험을 되살려 차량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당시 경찰조차 “그는 전차 운전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전차를 훔쳐 몰고 간 거리는 약 **6마일(약 9.6km)**에 달한다. 케어니 메사(Kearny Mesa) 지역을 지나면서 그는 시내 교차로, 화재 수돗물, 신호등, 조명 기둥은 물론 주차된 차량 40대를 무참히 부숴 트랙으로 찍어 눌렀다. 일부 차량은 2.5피트(약 75cm) 높이로 눌려버렸고, 이로 인해 5,100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다행히 인명 피해는 0명이었다. 당시 범행 기간은 약 25분에 이르렀으며, 넬슨은 가능한 최대한의 피해를 주되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는 듯 의도적인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였다.
추격은 신속히 시작됐다. 경찰은 SR 163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전차를 추적했다. 전차는 고속도로 중간의 3피트 높이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트랙 하나가 분리되었고, 이 때 경찰 4명이 볼트 커터로 전차 해치를 열었다. 넬슨은 사전 저항했지만 무장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전차 내부에서 비무장 상태로 넬슨을 발견했지만, 그는 문을 열지 않고 차량 내부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헬멧 샷을 감행했고, 넬슨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이후 감식 결과,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합법 운전 기준치의 두 배를 넘어선 만취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넬슨은 1978년 미 육군에 입대해 독일에서 탱크 지휘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배관공·사업가로 민간 생활을 시작했지만, 1990년대 초부터 심각한 재정난, 중독, 가족 해체가 이어졌다. 1994년엔 사업 부도, 이혼, 퇴거 통보가 연이어 발생했다. 당시 그는 “자살 충동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주위에 호소했다.
이 같은 배경은 사건 발생의 정신적 기반이자, 전시 경험이 트라우마로 이어진 복합적 산물로 분석된다. 동네 주민들이 넬슨을 ‘야간에 잔디를 깎고 뒷마당에 구덩이를 파는 이상 인물’이라 기억하며 불안감을 표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이 사건은 곧바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장비 보안 체계를 문제삼았다. 군은 28대의 탱크 배터리를 분리하고, 외부 철문 및 울타리 보완 조치를 시행했다. 이와 함께 모든 지휘소의 출입 차량 통제 절차가 강화되었으며, 여러 방위 시설이 중앙집권적 공조 구조로 재정비되었다.
샌디에이고 시는 연방·주정부와 협의해 방위시설 주변 도시 구조 재정비, 긴급 대응 시나리오 다중화, 군과 경찰의 협의채널 즉각 가동 등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군사·민간 시설 간 통합 경계 시스템이 대폭 강화됐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첫째, 퇴역군인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를 줬다. 군 경험이 민간 적응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특히 장비 운용 경험자는 통제되지 않을 경우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둘째, 군사 장비 보안 취약성 역시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저장소는 외부 위험에 취약한 상태였으며, 이에 대한 보안 규정과 시설 관리 체계 전반이 즉각 개선됐다.
셋째, 정부·군·경찰의 협업체계 부재도 도화선이 되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구조 지연과 대응 방식의 문제는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사회의 관심은 ‘군 경험 이후 정체성 상실’, ‘사회적 소외’, ‘정신건강 정책 부족’ 등 다층적 사회 문제를 환기시켰고, 이후 각계 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에서 퇴역군인 지원 정책 개선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95년 샌디에이고 탱크 강탈 사건은 단순한 기물 파괴 사건 그 이상이었다. 이는 퇴역군인의 사회 탈락, 군사 장비 보안의 민낯, 비상 대응체계의 취약성, 정책적 공백 등을 함께 드러낸 사건이었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시를 달군 25분의 폭주는 미국 사회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후 국제적으로도 시설물 보안, 퇴역 군인 복지, 협력 구조의 중요성을 일깨운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