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0억 대작 주인공 된 안효섭 "심장을 뛰게 한 작품"
||2025.07.16
||2025.07.16
"제 기준은 항상 명확해요. 대본을 읽고 나서 심장이 뛰면 해요. 그런 게 그냥 느껴져요. 이 작품도 그렇게 선택했죠."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며 한 말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의 첫 영화로, 단일 영화로는 최고 수준인 3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판타지 액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안효섭이 주연으로 이끈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연배우이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지금 가장 핫한 안효섭을 만났다. 지금 같은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그는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또 "떨림 반, 설렘 반"이라며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안효섭이 '김독자의 평범함'에 끌린 이유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소설 속의 멸망한 세계로 변한 현실에게 생존을 위해서 분투하는 김독자와 동료들의 이야기로, 오는 23일 개봉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를 연기하는 안효섭은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로 주인공의 "평범한 캐릭터"를 들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몇 년간 여러 작품을 쉬지 않고 하면서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었나 봐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죠. 그 시점에 이 작품을 카페 1층 구석에서 읽었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던 캐릭터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어요. 그 전까지 저는 잘 났든지 못 났든지 특색 있는 캐릭터만 했었어요. 그런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놓여 휘둘리는 모습이 어쩐지 저 같아서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끌렸었나 봐요."
안효섭이 연기하는 김독자는 평범한 회사원.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10년간 읽은 소설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광경을 맞게 되고, 이후 이 소설의 유일한 독자로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동료들과 함께 난관을 헤치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모두가 김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관객이 김독자에게 탑승하지 못하면 소설의 세계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관객이 영화를 못 볼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김독자의 평범함에 집중했어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오히려 저는 튀지 않게 심심하게 연기했죠."
영화 현장도 처음이었지만 특히 아무런 대상 없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은 안효섭에게 낯설고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그는 "현타"(현실 타격)라는 요즘 말로 촬영 초반에 적잖이 애를 먹었음을 털어놨다.
"현타가 오긴 왔었죠.(웃음) 그런데 '내가 이 세계관을 믿지 못하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겠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냥 존재한다고 믿어버린 순간부터 제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연기에도 몰입할 수 있었어요."
●"원작 팬 반응도 이해…너그럽게 봐주길"
'전지적 독자 시점'은 2018년부터 연재돼 누적 조회수 2억회를 돌파할 만큼 웹소설을 대표하는 인기작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원작 팬의 관심은 뜨거웠다. 더불어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 늘 그렇듯이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원작 훼손에 대한 팬들의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배우에게 부담이 될 터였다.
"저는 참고를 위해서 원작을 조금밖에 안 읽었는데,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서 2시간 분량의 영화에 원작의 내용을 다 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선택이 원작을 아는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한 선택에 대한 결과나 책임은 저희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일부에서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의 작업에 대한 안효섭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영화배우는 제 꿈이었어요. 큰 화면으로 제 얼굴을 보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감격적이더라고요. 촬영할 때에도 영화 현장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선지 컷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모두가 집중하는 순간들이 감동적으로 느껴졌어요. 딱 제가 원했던 것이었어요."
●안효섭 변하게 한 '한석규의 말 한마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는 주인공 혼자만 살아남은 소설의 결말을 못 마땅해하면서 결말을 바꾸려고 한다. 안효섭에게도 자신의 인생에서 바꾸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그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비롯해 모든 시간과 선택이 자신에게 유의미했다고 돌아봤다.
"저는 배우를 직업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나서는 걸 싫어 해요. 고통스러웠을 정도로요. 그렇지만 제가 아무리 연기를 좋아해도 그 연기를 봐주는 분들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봐주는 분들이 없으면 제가 존재할 수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이 꽉 깨물고 하는 거예요."
이날 안효섭이 인터뷰에서 안경을 끼고 있었던 이유도 알고 보니 그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눈이 나빠서인 줄 알았더니 "(가리는) 막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라며 숫기 없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기가 얼마나 좋길래 안효섭은 이를 꽉 깨물면서까지 참고 하는 걸까.
"'낭만닥터 김사부'를 할 때 한석규 선배님이 '효섭아 연기 재밌지? 근데 말이야, 잘하면 더 재밌어!' 그러시는데 그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어요. 그 이후에 정말로 연기가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 연기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게 없어요. 이제 연기는 제 삶이 됐죠. 저는 저만의 연기 탑을 쌓고 있는데요. 이 탑을 어디까지 쌓을 수 있을지 궁금해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