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갈비탕 “알고 보니 가짜”… 외식업계 원산지 조작, 정부 칼 뽑았다
||2025.07.16
||2025.07.16
‘한우 갈비탕’이라 써 있던 메뉴가 실제로는 외국산 소고기였다. 소비자들이 국산으로 알고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먹은 축산물이 알고 보니 수입산인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외식업체뿐 아니라 학교, 군부대까지 ‘가짜 고기’가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여름철을 앞두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전북 장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A씨(55)는 2020년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 동안 호주산과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갈비탕을 ‘한우 갈비탕’으로 속여 판매했다.
해당 기간 팔린 갈비탕은 3천600그릇에 이르렀다. A씨는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벌금 9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 약식명령보다 100만 원 낮은 벌금을 선고했지만, A씨는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는 한우와 외국산 소고기 간 차이를 감안하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외국산 소고기 1,800킬로그램을 들여온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음식점뿐 아니라 전국 학교, 군부대 등 2,800여 급식소에도 수입산 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사례가 확인됐다.
2021년부터 약 3년간 수입산 닭고기 1,800톤, 돼지고기 220톤을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한 유통업자 3명이 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수입산 고기의 포장지만 국내산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조작했다.
올해 5월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수입 축산물 2,000톤을 전국 급식소에 납품한 업자 3명이 구속됐다. 정육 상태에서는 소비자가 원산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7월 초 대전시 특별사법경찰은 외식업체 5곳을 적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육개장을 국내산으로,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밥이나 구이용으로 속여 판매했다. 원양산 오징어를 국내산이라고 표시한 사례도 있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여름철 보양식 수요 증가에 대비해 7월 14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 달간 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에 대한 집중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식육가공업체, 고속도로 휴게소, 유명 피서지 음식점, 푸드트럭 등 여름철 축산물 소비가 집중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단속 대상 품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염소 등이다. 특히 흑염소와 오리고기처럼 여름철 수요가 많은 품목이 중점 대상이다.
농관원은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모두 처벌 대상”이라며 “유전자 분석, 항체 검사 등 과학적 방법을 통해 위반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원산지표시 위반 시 최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 원산지 미표시의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국산 축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단속 강화 외에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물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가 보다 쉽게 원산지를 식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는 농관원 누리집 등을 통해 축산물 원산지 식별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도 원산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표시가 없거나 의심스러울 경우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