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나았다” 완패 인정한 대만 감독이 한국어로 기자들에게 남긴 ‘한마디’
||2025.07.17
||2025.07.17
대만 여자 축구 대표팀의 찬휴밍 감독은 경기 후 한국 선수들과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6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대회는 시작 전부터 한국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이 대만을 이기며 승점 4를 선점한 가운데, 한국은 첫 두 경기에서 각각 2-2, 1-1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2에 머물렀다. 대회 규정상 동일 승점일 경우 상대 전적, 골 득실, 다득점순으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맞대결에서 무승부가 나오고 자신들이 대만을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는 복잡한 조건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일본과 중국은 0-0으로 비겼고, 한국은 대만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대만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전에만 10개가 넘는 슈팅을 퍼붓는 등 공세를 이어갔지만 대만의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대만은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고 철벽 방어에 집중했고, 한국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 25분, 강채림이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지소연이 성공시키며 균형을 깼고, 이어 후반 40분 장슬기가 추가 골을 기록하면서 2-0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패배에도 대만의 찬휴밍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실력을 인정하며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상대의 우승을 인정하는 스포츠 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경기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한국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우리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존중은 정말 중요하고 나는 한국 감독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감독 모두에게 존중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와줬고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준 것도 정말 감사하다"며 진심 어린 인사를 남겼다.
찬휴밍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동안 아시아의 강팀들과 연달아 붙으며 경기 운영 방식과 대응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내년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런 강팀과 경기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내가 첫날에 밝힌 '놀라움을 주겠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신상우 감독도 경기 후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적 같은 하루였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모든 스태프가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줘서 가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회 전 기자회견 때 '축구는 피파 랭킹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이를 증명해 준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단의 진정성과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소집 첫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달랐다. 특히 고참들의 간절함이 느껴졌고 어린 선수들이 잘 따랐다"라며 "훈련을 지켜보며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오늘 하루는 마음껏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 역시 오늘만 즐기고 10월까지 열심히 선수들을 관찰하러 다니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 축구는 다시 한번 아시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년 만의 동아시안컵 우승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여자 축구판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고 이는 앞으로의 행보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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