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직선 공원 생긴다...길게 뻗은 모양에 숨겨진 ‘역사적 이유’
||2025.07.17
||2025.07.17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세운상가 일대가 바뀐다. 단절됐던 길은 다시 이어지고, 회색빛 건물 사이에는 풀과 나무가 심어진다. 사람들이 편히 쉬거나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고 끊겨 있던 보행로와 녹지 축을 다시 연결하는 ‘세운지구 도심공원(1단계) 조성 사업’의 실시계획을 발표,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09년 종묘 앞 현대상가 철거 이후 중단됐던 ‘남북 녹지축’ 복원 계획이 16년 만에 다시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1단계 공원화는 을지로 업무지구와 가까운 삼풍상가 주변 약 5670㎡ 부지에서 시작된다. 시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녹지로 잔디마당과 정원, 벤치 등 휴식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며, 지하에는 스마트 창고 등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향후 PJ호텔 부지까지 공원화가 완료되면 대규모 도심공원으로 통합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 대상인 PJ호텔은 인근 6-1-3구역과 통합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연계해 지상에는 공원을, 지하에는 1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을 조성해 도심 속 대표적인 문화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삼풍상가 일대 공원화를 시작으로 세운상가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원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2022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통해 세운상가군 일대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잇는 약 5만㎡ 규모의 도심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건, 이 녹지축과 마찬가지로 세운상가 역시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곧게 가르는 직선 형태로 조성됐다는 점이다. 이런 독특한 형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서울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책 ‘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에 따르면 이 부지는 원래 1945년 일제가 미군의 폭격에 대비해 만든 ‘소개공지대’였다.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해도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비워둔 일종의 방화지대였던 셈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사람들과 판잣집, 무허가 건물들이 빠르게 들어서며 환경은 점차 열악해졌다.
이 공터가 본격적으로 변화한 건 1967년이다. 서울시는 한국전쟁 이후 복구 계획의 일환으로 무허가 건물과 낙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이 자리에 대형 주상복합 상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전자상가와 아파트, 공중 보행로가 결합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단지가 바로 세운상가였다. 1970년대까지 세운상가는 서울 도심의 주거와 상업, 문화가 어우러진 중심지였고 대중문화의 메카로도 불렸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강남 개발, 용산 전자상가의 부상, 도심 외곽 이전 정책 등으로 세운상가는 빠르게 쇠퇴했다. 계획대로 연계되지 못한 상권 구조, 혼잡한 1층 보행 환경, 단절된 도시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후 여러 차례 재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사업성 부족과 방향 혼선으로 번번이 무산됐고, 한동안은 기존 시설 보존과 재생 중심의 정비가 이뤄졌다.
이번 공원화는 서울시가 추진해 온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실현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서울시 조남준 도시공간본부장은 “세운지구 공원화는 서울 도심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사적인 사업”이라며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명품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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