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날리게 생겼어요”… SGI서울보증, 전세대출 멈추고, 보증서 발급도 불가
||2025.07.17
||2025.07.17
SGI서울보증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휴대전화 할부 개통 등 주요 금융 서비스가 마비됐다.
특히 고가 전세를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SGI를 대체할 보증기관이 마땅치 않아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14일 새벽 발생한 랜섬웨어 공격으로 SGI서울보증의 전산 시스템이 멈춰섰다. 전산망이 닫히면서 보증서 발급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전세대출도 사실상 중단됐다.
SGI는 아파트 가격 제한 없이 보증이 가능하고, 비교적 심사 기준이 유연해 수도권 고가 전세 수요자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다른 보증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은 좁다. HUG나 HF는 수도권 보증금 7억 원 이하, 무주택 요건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14일부터는 전세대출 신규 신청이 막혔고, 13일 이전 검토된 건만 제한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외에도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모기지신용보험(MCI)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MCI에 가입하려던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복구 작업과 병행해 ‘선 실행, 후 보증’ 방식으로 일부 대출을 처리하고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 13일 이전 1차 검증을 마친 건에 대해선 대출부터 실행하고, 추후 보증서를 발급하는 식이다.
이행보증보험 등 기한이 정해진 보증상품은 지점에서 수기로 보증서를 작성해 임시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객센터 전화 연결도 불안정하다. SGI 측은 14일 오후부터는 전화 연결이 가능하다고 공지했지만, 은행 현장에선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전화 연결이 안 돼 담당자끼리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보증서가 없으면 전세대출 신규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보증은 피해 구제를 위해 전담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센터는 전화 접수를 통해 피해 사례를 받고, 보상 상담까지 맡는다.
신고된 피해는 사실관계와 금액이 확인되면 전액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이명순 SGI 대표는 “모든 피해 건에 대해 책임 있게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스템 정상화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보증을 필요로 하는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단순한 전산 오류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가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가 전세 계약을 앞둔 한 시민은 “보증기관 하나만 믿고 진행했는데, 시스템이 멈추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 곳에 쏠린 보증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근본적인 점검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